“난 내 노동에 대한 적절한 임금을 받고 있는 걸까?”
“나와 같은 직종의 같은 일을 하는 다른 회사의 노동자는 얼마나 받을까?”
“유럽에 있는 나와 같은 다국적 회사에 다니는 같은 직종의 노동자는 임금이 얼마나 될까?”

임금비교, 더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자국의 노동자간, 세계 각국의 노동자간 임금비교를 통해 자신의 정당한 임금과 노동조건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노동자가 자신의 임금을 직접 입력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8일 오후 네덜란드 임금지표재단(www.wageindicator.org)의 폴린 오세 사무국장을 초청한 가운데 양대노총을 대상으로 연구소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임금지표 한국프로젝트’ 사업 설명회를 가졌다.<사진>


우리나라에서 ‘임금비교’는 좀 생소한 개념이다. 물론 기존의 정부나 노조, 채용정보회사 등의 임금관련 통계자료는 있다. 그러나 정부통계는 업종별, 규모별 임금구성이나 실태를 ‘개인별’로 알려주지 못한다. 노조통계는 조직노동자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채용정보회사는 상업적 이용을 위해 관련정보를 공유하지 않는다. 또한 국제비교의 한계는 더욱 명확하다.

이에 대해 이번 설명회에선 ‘개인별 임금비교’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즉 노동자들이 인터넷(설문지)을 통해 자신의 임금 및 노동조건에 대한 정보를 직접 입력하도록 하는 것이다. 돈도 따로 들지 않는다. 그냥 입력한 뒤 데이터가 모이면 노동자는 웹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동료와 비교해볼 수 있다.

생산직, 사무직, 정규직, 비정규직, 고임금, 저임금 노동자 등 모든 계층의 노동자의 임금과 노동조건을 알 수 있다. 또한 국가간 임금 및 노동조건 비교도 가능하다. 유럽, 미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그리고 한국까지 현재 모두 15개 국가가 임금지표 프로젝트에 참가한다.


네덜란드에서 시작, 15개 국가로 확대


그렇다면 임금지표 프로젝트는 처음에 어떻게 추진된 것일까. 이날 초청된 폴린 오세 사무국장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 제창자였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최대노총 FNV와 암스테르담 대학의 지원을 받아 설립된 임금지표재단은 2001년부터 임금지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폴린 오세 사무국장은 “노조활동을 하다 보니 노동자의 가장 큰 관심은 임금수준 비교더라”며, “유럽의 경우 산별임금을 맺지만 개별임금은 잘들 몰라 실제 산별임금과 개별임금간 격차가 10~20%정도에 이른다”고 사업배경을 설명했다.

설문지는 기업규모, 산업, 직종, 직급, 남녀, 노조유무, 이주경력, 고용형태 등 아주 상세한 분류를 하고 있다. 또한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언론사, 연구소 등과도 제휴했다. 이 결과 4개월만에 1만4천개의 설문을 확보할 수 있었고 현재 14만개의 설문을 확보중이다. 실시중인 전국가적으로는 총 22만여개의 설문지가 확보돼 있다.

다른 국가로도 눈길을 돌렸다. 현재 15개 국가에서 이미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아시아, 아메리카 등지에서 ‘지역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성공할 수 있을까. 현재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지난해말 임금지표재단으로부터 제안 받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국의 임금구조에 맞게 설문지를 작성중이다. 조만간 완성되면 곧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노동자도 임금비교를 할 수 있게 된다. 정보의 벽을 허물고 임금평준화와 노동자조직화란 효과도 가능한 이번 사업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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