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세. 산별노조 위원장으로는 젊다. 하지만 7일 당선이 확정된 정희엽 2대 화섬노조 위원장은 “내가 젊은 게 아니라 노동운동이 늙어버린 것 아니냐”며 웃어보였다. KG케미칼노조 위원장 4년(재선), 민주화섬연맹 울산본부장 2년이 그의 노동운동 경력의 전부라 할 정도로 정 위원장은 ‘현장 노동자’다. 그래서인지 인터뷰 내내 정 위원장은 “현장에서 산별노조를 완성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다음은 정 위원장과 일문일답.


- 우선 당선을 축하한다. 소감이 어떤가?
“유세를 하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것은 ‘노동운동의 위기’가 ‘현장의 위기’는 아니라는 확신이다. 선거기간에 민주노총 지도부 비리 문제가 터져서 노동운동의 도덕성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지만 현장은 여전히 건강하고, 밝고, 하고자 하는 의욕이 강했다. 현장에서 형님, 아우 하면서 가깝게 다가서고 현장의 고민을 함께 하는 지도부가 되겠다."


- 1대 과도집행부의 성과와 과제를 꼽는다면.
"산별노조 틀을 만들고 투쟁사업장에 적극적으로 결합해 해결 노력을 많이 한 점은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투쟁사업장에 전면적으로 결합하다 보니, 일상적으로 조합원들에게 접근하는 부분은 약했다. 조합원들이 ‘우리 산별노조’라고 느낄 수 있도록 전체 조합원들을 아우르는 사업과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산별노조 완성과 제조산별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청사진을 갖고 있나.
“재작년 12월 참으로 어렵게 산별로 전환했다. 하지만 노조가 포괄하고 있는 화섬연맹 조합원은 1/3에 불과하다(2만2,800여명 가운데 9,800여명만 노조 가입). 사업장은 연맹 산하 140여곳 중 70곳으로 절반 수준이며, 특히 500인 이상 대기업노조의 산별전환은 15곳 중 2곳에 불과하다. 그러다보니, 몇몇 지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지부가 준비위원회 건설조차도 버거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노동운동의 대안과 전망이 ‘산별노조’라고 하면서도 ‘어떻게 단결할 것인가’라는 조직적 고민은 빠져 있다.
또한 당장 제조산별을 건설할 수 있는 조건은 아니지만 내년초 금속노조 및 연맹 임원들과 간담회 등을 개최하고 제조공동화, 바이백 등 공동의 현안들을 논의하면서 자연스럽게 ‘제조산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나갈 생각이다."


- ‘2007년 산별중앙교섭’을 제시했는데.
“당장 중앙교섭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교섭틀 정도만이라도 2007년께 형성될 수 있도록 사용자들을 최대한 압박해나갈 것이다. 금속의 ‘한다면 한다’라는 기풍을 이제는 우리가 보여줄 것이다. 임기 내에 반드시 전체 사용자들을 한자리에 모아보겠다."


- 화학·섬유산업의 구조조정이 심각하게 진행 중이다.
"섬유산업은 물론 화학산업 역시 중국으로 많이 이전한 상태다. 저지투쟁으로만 정리해고를 이겨낸 사업장은 몇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산업구조조정은 필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때문에 모든 사업장의 투쟁을 전면적으로 결합하기보다는 산별노조가 정책적으로나 조직적으로나 충분히 준비된 투쟁을 만들어 조합원들로 하여금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 비정규투쟁 방향은 어떻게 설정하고 있나.
"불법파견 문제나 하도급이 다시 하도급을 주는 문제 등 화섬 사업장 역시 금속 못지않게 비정규 문제가 심각하다. 하지만 그 규모가 얼마인지, 노동조건은 어떤지 등 구체적인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장 실사부터 시작하겠다. 그래서 당장 ‘정규직화’를 쟁취하는 투쟁보다는 동일임금, 산업안전 등 비정규직의 차별대우부터 차근차근 시정해나갈 생각이다. 이렇게 작은 사업이라도 꾸준히 지속해나가면 정규직 조합원들의 의식도 성숙해질 것으로 본다. 솔직히 정규직 조합원 정서 운운하며 뒷짐지는 지도부는 박살나야 한다. 조합원들을 만나 설득하고 풀어나가는 것이 지도부의 역할 아닌가."


- 마지막으로 2대 집행부의 포부와 계획을 밝혀달라.
“사업주에겐 누구보다 무서운 호랑이이고 싶고 조합원들에겐 누구보다 편안한 강아지같은 화섬노조 위원장이 되고 싶다. 하지만 호랑이가 되기 위해서는 혼자 힘만으로는 안 된다. 조합원 모두가 호랑이가 돼야 한다. 그것은 조합원들인 ‘우리노조’라는 인식이 명확하게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야만 하나의 사업도 제대로 관철될 수 있다. 그것을 만들어가고 싶은 욕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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