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노동자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는 레미콘 노동자들의 하루 파업에 지난 13일부터 파업을 벌이고 있는 덤프노동자들이 ‘연대’로 화답했다.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 오전부터 내린 비로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이날. 레미콘 5대를 앞세운 400여명의 레미콘 노동자들이 속속 집결하기 시작했다. 오전 7시를 기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차량 시위를 기도했으나 경찰의 원천봉쇄로 사실상 자신들의 분신인 ‘레미콘’은 차고지에 놓고 와야만 했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과적단속의 문제점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가진 건설운송노조 덤프연대 수도권 조합원들도 집회를 마치고 국회 앞으로 모였다. 미처 점심도 하지 못해 김밥 한 줄을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 먹는다.

“모래먼지 날리는 공사현장에서 밥 빌어먹는 사람들이 우리들 아닌가, 뭐 이따 집회 끝나고 탁주 한 사발 마시면 되지.” “모래, 골재, 폐기물 운반하는 덤프나, 시멘트 쏟아 붓는 레미콘이나 차종만 다르지, 다를 게 뭐 있나. 똑같은 노동자 아닌가.”

지난해 덤프연대가 출범한 후 이날 처음 집회 현장에서 만난 이들 노동자들이 서로를 이해하는데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 보였다. 실제로 건설현장에서 덤프트럭이 모래와 시멘트를 실어나르면 레미콘이 이를 섞어 믹스된 콘크리트로 빌딩도 세우고 도로도 닦는다. 뿐만 아니라 과거 대부분 건설회사의 정규직 노동자들이었던 이들은 정부가 운송노동자를 개별사업주화 하는 정책으로 전환하자 대부분 사업등록증을 지닌 특수고용직 형태로 전환, 고용형태에 있어서도 동일하다.

건설운송노조 신흥분회 강아무개(40)씨는 “우리가 ‘화물’하고 뭐가 다릅니까. 화물은 귀한 물건 싣고 다니고 우리는 건설현장 잡부라 유가보조금도 지급 안하는 겁니까. 건설기계는 기름이 하늘에서 떨어진답니까. 이런 불합리한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강씨가 목소리를 높이자 주위 노동자들도 맞장구친다. 화물의 경우 리터당 270여원의 유가보조금이 지원되지만 이들 덤프와 레미콘은 ‘건설기계’라는 업종분류로 유가보조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 것. 결국 운반비는 갈수록 떨어지고 오히려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는 현실에서 하루 15시간, 20시간 일해도 일할수록 빚더미에 쌓이는 덤프노동자와 레미콘노동자의 현실은 꼭 닮아 있다.

1시간가량 짧게 진행된 파업결의대회를 마치고 이어 서울 영등포 열린우리당사에 항의방문을 진행했다. 서로 다른 업종에 일하지만 이들의 구호는 일관됐다.

“배고파서 못살겠다. 생존권을 보장하라”

집회 맨 앞에 레미콘 방송차량을 앞세우고 그 뒤에 레미콘, 덤프 노동자 1천여명이 뒤따랐다. 여지없이 열린우리당사 앞에는 경찰차량이 막아서고 있다. 지난번 파업 돌입 첫날인 13일 항의방문 직후 물대포를 맞은 경험 때문인지 덤프 노동자들이 주춤한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우리도 덤프트럭 갖고 왔어야 하는데 그냥 한번만 밀어붙이면 끝나는데….”

3시간가량 진행된 이날 대회 마무리집회에서 박대규 건설운송노조 위원장은 “지난 13일부터 파업을 계속하고 있는 덤프연대에 대해 언론은 과격, 폭력 집단이라고 말하는데 그동안 우리는 정부와 계속 대화를 했다”며 “이후 정부와 대화를 꾸준히 병행할 예정이지만 무성의로 일관한다면 레미콘 노동자들도 무기한 파업을 결의해 덤프연대의 파업에 적극 결합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건설운송노조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 보장’과 ‘유가보조금 지급’을 요구하며 이날 하루 파업을 결의, 이후 교섭에 진척이 없을 시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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