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법은 조종사 개인의 비행시간이 연간 1,000시간을 넘지 못하게 규정하고 있다. 연 1,000시간을 초과하게 되면 조종사의 피로가 누적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도 대부분 연 1,000시간 미만만 비행한다. 문제는 747기장들의 비행시간, 747기장들은 편승시간(다음 비행을 위해 항공기를 조종하지 않고 해외로 동승해서 나가는 시간)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하면 연 비행시간이 평균 1,200시간에 이른다. 직접 조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행시간 제한에 포함되지 않는 이 편승시간을 포함해 연 1,000시간을 제한하자는 것이 노조의 요구다.
편승은 예를 들면 인천에서 LA를 비행할 때 갈 때는 9시간30분이 걸려 3명의 조종사가 운항하지만, 돌아올 때는 12시간30분이 걸려 4명의 조종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갈 때 1명의 기장을 승객과 함께 태워가야 하는 경우 발생한다.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이 편승시간을 포함시켜 비행시간의 상한선을 정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대한항공 연 1,000시간, 일본 ANA항공 960시간, 에어캐나다 936~946시간, 브라질 VARIG 850시간을 노사합의로 정해 운영하고 있다. 비행시간을 단축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것이다. 더구나 아시아나조종사노조가 비행시간을 단축을 2년 뒤부터 시행하라고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인력확보 시간도 있어 사쪽이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비행안전보다 비용절감을 추구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747기장은 120명, 이들의 연 비행시간을 1,000시간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20명의 기장이 더 필요하다. 필요인원을 채용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기장의 연봉을 1억원으로 잡았을 때 20억원 정도. 그러나 비행시간이 줄어 개인의 비행시간도 줄기 때문에 연 7억원 정도의 비용절감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순수비용은 연 13억원 정도라는 것이 노조의 분석이다.
신생노조, 첫 파업부터 난타 당해
‘귀족노조’, ‘항공대란의 주범’으로 몰리면서도 닷새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는 어떤 단체인가. 일부에서는 억대연봉을 받고, 비행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는 조종사가 노조는 무슨 노조냐는 주장까지 한다. 그러나 아무리 연봉을 많이 받아도 회사와 고용계약을 맺고 자신의 노동을 판 임금으로 살기 때문에 조종사도 분명한 노동자고, 그들이 만든 조직이 조종사노조다.
아시아나항공조종사노조는 2004년 11월12일 노조설립신고필증을 받은 신생노조다. 아시아나항공 전체 조종사 850명 가운데 외국인 조종사 100명을 제외한 750명 중 500여명이 노조에 가입해 있다. 조합원들은 공군조종사 출신보다는 공채 출신이 많다. 따라서 이번 파업을 공채출신들의 권리 찾기로 보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연말 노조설립필증을 받았지만 노조창립일은 2000년 6월7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4년 넘게 법외노조로 있었다. 법외노조 시절 불법파업을 시작했다가 교섭타결로 바로 철회한 적은 있지만 파업다운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파업은 합법노조가 아니고 파업 돌입 절차를 다 지켰기 때문에 분명한 합법파업이다. 경총은 며칠 전 조종사들의 파업이 불법이라는 보고서를 내 노조의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단협인데 웬 임금인상?
아시아나조종사노조의 이번 파업은 임금협상 결렬에 따른 것이 아니다. 단체협약 갱신을 위한 단체교섭 과정에서 나온 파업이다. 그것도 2004년에 요구했던 단체협약을 갱신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조종사들이 임금을 더 받으려고 파업에 돌입했다는 파업 초기 언론보도는 잘못됐다.
노조는 2000년 노조를 설립하고 그해 12월에 사쪽과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법외노조라는 이유로 사쪽이 회피하는 바람에 단체협약 갱신이 이뤄지지 않다가 합법화 직전인 2004년 9월 사쪽에 단협 요구안을 제시했고, 합법화된 2005년 1월 20일 노사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파업돌입 전까지 49차례의 교섭을 벌였다.
2004년에 노조가 전달한 요구안을 사쪽이 아직까지 검토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원인에는 사쪽이 교섭을 회피한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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