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법의 6월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이목희 환노위 법안소위원장과 제종길 환노위 열린우리당 간사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각각 소위원장과 소위 위원 사퇴를 선언했다. 우리당은 이후 비정규법에 대해 앞장 서서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은 일주일 동안의 점거 농성을 풀고 해산했다.

환노위와 우리당은 이후 처리 일정도 제시하지 않은 채 민주노동당에게 비정규법안 법안 처리 무산의 책임을 묻고 나섬에 따라 민주노동당과 노동계가 이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환노위는 9월 심의 여부 등 이후 일정에 대해 현재로서는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이경재 환경노동위장은 28일 오후 6시께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민주노동당과 노동계 인사들의 점거농성으로 인해 의사일정이 모두 무산됐다”며 “비정규직 관련 법안의 처리 유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우리당 환노위 의원들이 이 위원장 양 옆으로 나란히 서 있었으며 한나라당 의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시급한 민생법안을 회기 안에 처리하지 못해 국민들께 사죄한다”며 “이번 점거사건은 국회의 입법권을 방해한 행위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단지 합의가 되지 않았다 해서 강행처리라 규정하고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회의장을 점거했다”며 “이는 대화와 타협, 최후수단으로서 다수결의 원칙의 존중이라는 의회의 절차를 부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후 법안 처리 일정에 대해 “현재 상태에서는 말할 수 없다”며 “민주노동당이 결사해서 반대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하기 전에는 통과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이목희 법안소위원장은 “노사정 협상의 7가지 합의사항대로 법안을 만들었다면 비정규직 노동자 수는 급속히 줄어든다”며 “이것을 민주노동당이 가로막았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제 시간이 흐르더라도 법안이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우리당은 이후 비정규직과 관련돼 어떤 이니셔티브도 취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따른 역사적 대중적 책임은 민주노동당에 있다고 명백히 밝혀 둔다”며 “이는 운동적으로나 역사적, 정치적 평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비정규직의 고통을 덜어주는 민생법안을 입법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며 “제종길 의원과 나는 각각 환노위 간사와 법안심사소위원장을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장 열린우리당은 민주노동당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우리당은 법안 처리를 반대하며 9월 처리를 주장한 노동계에 대해서도 일정한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과 동료의원들의 (철야농성에 대해)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민주노동당이 지향하는 약자를 위한 정치, 노동자, 농민, 서민을 위한 정치의 가치는 포기할 수 없다”며 “이는 민주노동당의 존재 이유”라고 주장했다.

천영세 의원단대표는 “국민의 81.8%가 일방처리에 반대한 비정규법안 처리 유보는 당연한 결정”이라며 “국회가 강행했을 경우 우리 사회는 수습할 수 없는 갈등과 대립이 벌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이어 “오늘은 대화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돼야 한다”며 “민주노동당이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더이상 비정규법에 대해 앞장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우리당을 의식한 듯 천 대표는 “비정규 문제는 이미 노동문제를 넘어 빈곤과 양극화의 핵심이 되는 사회 현안”이라며 “정부여당이 이미 밝혔듯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비정규 입법이 필요하다는 대의에 동의한다면 대화와 합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환경노동위 회의장 안팎 '말말말'
“정체불명 사람들”
○  “헌정질서를 위배한 한나라당이 그랬다면…”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이 환노위 소회의실을 점거한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향해서 한 말. 우 의원은 “헌정질서를 위배한 한나라당이 그랬다면(점거농성을 했다면) 원래 그랬던 당이니 하면서 이해할 수 있겠지만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 온 민주노동당이 그래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배일도 의원 등 한나라당 의원들이 가볍게 항의하자, 우 의원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웃어 넘겼다.


○  “단병호 의원이 바보냐”
우리당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의원들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자 이를 진화하기 위해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가 “그럼 환노위원들과 민주노동당 의원들만 남아서 얘기하고 모두 나가게 하자”고 제안하자,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이 “환노위원 빼고 모두 나가라”며 “민주노동당은 단병호 의원이 대표로 있으면 되지 다른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왜 있어야 하냐”고 따지며 한 말.


○   “정체불명 사람들”
이경재 환노위원장이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을 지칭한 말. 이 위원장은 “전체회의는 열지 않겠지만 상임위 회의장을 정체불명의 사람들이 점거하고 있는 것은 그대로 둘 수 없다”며 회의장 개방을 요구했다.


○  “민노당하고 친하게 지내기로 했다.”
공성진 한나라당 의원. 공 의원은 우리당 의원들이 민주노동당의 퇴장을 요구하다 한꺼번에 회의장을 나자가, “한나라당은 민노당하고 친하게 지내기로 했다”며 어색해진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공 의원은 “비정규법은 노사가 모두 반대하고 80%도 만족시키지 못한 법이라서 한나라당은 애초부터 빨리 처리할 생각이 없었다”며 “이것은 거의 당론에 가까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4신> 이경재 "전체회의 안 연다" 약속
민노, 상임위 회의장 봉쇄 풀어…소회의실 농성은 계속


[6월28일 오전 11:45]
이경재 환경노동위원장이 환경노동위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위원장은 소회의장을 찾아 "이제 시간적으로도 법안을 처리할 수 없다"며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지 않고 강행처리도 하지 않을테니 믿고, 상임위 전체회의장 봉쇄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민주노동당은 즉시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의 지시로 상임위장 봉쇄를 해제했다. 하지만 소회의실 점거농성은 계속 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회의장 안에서는 회의를 열자는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민주노동당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장복심 의원은 "환노위원 아닌 사람들은 모두 회의장에서 나가라"며 "지금 남의 위원회에 와서 뭣들 하는 짓이냐"고 언성을 높였다. 우원식 의원도 "민주화를 위해 같이 싸웠던 민주노동당이 지금 민주주의 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파견제를 포지티브로 하고 차별입증 책임도 사용주가 지도록 하는 내용으로 하려고 하는데 몇가지 쟁점에서 민주노동당과 의견이 다르다"며 "그럼 민주적 원리에 따라 다뤄야 하는데 민주노동당이 회의자체를 봉쇄해서 되겠냐"고 주장했다. 이경재 위원장은 "상임위는 안 열테니 소위는 열게 해 달라"고 당부하고 소회의장을 나섰다. 우리당 의원들도 모두 퇴장해 위원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배일도, 공성진,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들은 소회의장에서 남았다. 공성진 의원은 "어차피 노사가 반대하고 있어 강행처리 할 수 없다"며 "한나라당은 빨리 처리할 생각이 애초부터 없었다"고 말했다. 신상진 의원은 "노사정 대화를 좀 더 하라"며 "상임위를 열지 않기로 위원장이 약속했으니 농성을 풀어달라"고 설득했다.

한편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오후 4시에 다시 모여 대책을 논의하기로 하고 해산했다.



<3신> 전체회의 개회 놓고 대치
환노위 위원들 속속 도착


[6월28일 오전 10:50]
민주노동당이 소회의장 점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환노위 의원들은 환노위 전체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속속 회의장을 찾고 있다. 의원들은 위원장실에서 대기하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국회 예결산위 회의에 참석 중이다. 예결위 회의는 곧 산회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은 법안소위 뿐만 전체회의도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노동당은 소회의실에서 전체회의실로 통하는 문을 막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재 환노위원장은 "어차피 축조심의를 하지 못해 6월 회기 처리는 불가능"하다며 다음 회기로 넘기기 위해서라도 전체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민주노동당을 설득했다.

회의장 안팎에는 양대노총과 경총, 노동부 등 관계자들과 보좌진 등 30여명이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2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경재 위원장 "별 일 없으니 돌아가셔도 됩니다"


[6월27일 오후 6:40]
환노위에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점거를 계속했고, 환노위 의원들은 오후 6시가 넘은 현재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리당과 한나라당 환노위 간사인 제종길 의원과 배일도 의원은 오후 늦게까지 충주에서 상경하지 않았다. 두 의원은 충주에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등과 오후 6시가 넘도록 면담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노총쪽은 두 의원에게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충주에 머물러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재 환노위원장은 오후 5시께 심상정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별 일이 없을것이니 돌아가셔도 된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오늘 밤에도 철야농성을 계속할 계획이다.

한편 환노위는 28일 오전 10시 회의를 소집하기로 했다.



<1신> 긴장감만 높아지는 회의장 안팎
이경재 위원장 국회의장 만나 상황 설명도


[6월27일 오후 3:10]
회의장 안팎은 폭풍전야처럼 조용한 가운데 긴장감만 높아지고 있다. 오전 10시 예정됐던 법안소위가 연기됐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환노위 전체회의도 3시로 연기됐지만, 의원들이 참석하지 않아 오후 4~5시께로 다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양당 환노위 간사이자 법안심사소위원인 제종길, 배일도 의원은 현재 충주에 내려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형주 우리당 의원도 충주길에 동행했다가 오후 2시가 넘어 상경길에 올랐다.


오전 10시께 이목희 법안소위원장이 회의장을 찾았다가, 점거가 계속되는 것을 확인하고 발길을 돌렸다. 직후 오전 11시께 이경재 환노위원장과 이목희 소위원장이 김원기 국회의장을 만나 점거농성으로 회의를 열 수 없는 상황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부터 엿새째 철야농성을 벌인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보좌진들은 회의장 안팎에 대기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보좌진과 당직자들은 회의 예정시각이 다가오자 회의장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일부 보좌진들은 회의장 안팎을 오가며 전체회의장을 봉쇄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회의장 밖에는 양대노총 관계자들과 노동부 관계자 등이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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