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하에서의 국가-자본-노동의 관계를 정립함에 있어 그것이 과거 권위주의 산업화 시기에서와 마찬가지로 신자유주의적 환경에서도 노동을 배제하는 동일한 구조를 재생산하는 것의 일차적 책임은 민주정부에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사장 이원보)가 25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창립 10주년 심포지엄에서 기조강연을 통해 최장집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가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노동 사이에 처한 관계를 이같이 설명했다.


실질적 민주주의, “현저히 퇴보하고 있다”


최 교수는 이날 ‘민주주의와 한국의 노동’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을 통해 지금의 민주주의를 사회·경제적 수준(실질적 민주주의)에서 보았을 때 그 발전은 매우 초라할 뿐만 아니라 현저히 퇴보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시장자유화와 시장원리가 전사회적으로 확대되는 동안, 시장경쟁에서 승자가 독식하고 열패자들의 사회·경제적 삶의 질이 악화되면서 사회해체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한국의 민주정부들의 사회·경제정책은 권위주의 정부보다도 더 성장중심적이고 재벌중심-노동배제적이며, 어떤 주요 국가들보다 더 신자유주의적 정책라인을 따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시장지상주의 가치가 이데올로기가 되면서 재벌이 중심이 되고 하위파트너로서 국가정책이 봉사하는 내용의 ‘재벌-국가의 동맹’이 위치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재벌-국가동맹’과 ‘반노동자적’ 노동정책

또한 민주정부 하에서 노동의 위상은 ‘노동 때리기’라는 말로서 잘 표현된다고 보았다. 최 교수는 “오늘날 노동은 부도덕이나 폭력의 상징처럼 언론을 통해 묘사되고 일반에게 인식되며 성장정책의 걸림돌, 시장효율성의 장애요인으로 인식된다”며 “이는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계의 완강한 보수적 견해와 다를 바 없는 민주정부의 태도”라고 꼬집었다.

노동시장 유연화가 고용효과를 증대시킬 것이란 확신이 강한 나머지 영국의 대처정부처럼 ‘과격함’을 보이는, ‘반노동적’ 노동정책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그렇기에 노동운동이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과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래는 비관적”이라고까지 확언했다. 그는 “노동시장 유연화 하에서 노동시장의 분화는 정규직-비정규직 구분으로 나타나는 인사이더-아웃아이더 경계를 더욱 첨예하게 만들었다”며 “대기업-중소기업, 여성, 외국인노동자 등의 노동이익을 하나의 조직내에서 대표하기 위해서는 노조의 이념, 정책, 조직형태 등에서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시장 분화 극복, 주변노동자 안아야”

그는 또 “노동운동은 노사관계에 있어 법, 제도의 형태로 국가-정부의 역할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한국에서도 10%대의 조직률에도 단협적용율이 90%에 이르는 프랑스처럼 선도적 단체교섭이 전체 미조직 사업장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나 정치적 협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민주정부의 노동정책이 시장과 사회공동체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 정부 정책이 총량적 경제성장만을 지향하기보다 평균적 공동체 성원의 경제적 조건이 개선되는 것을 동반하는 성장을 지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이날 심포지엄에는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소장이 ‘한국의 노동 :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주제발표를, 지정토론으로 박석운 민중연대 집행위원장,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과), 김지혜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주대환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황기돈 한국노동교육원 사무총장이 각각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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