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중반 학교급식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이후, 2005년 현재 전국 723만명의 초·중·고등학생들이 매일 한끼 이상의 학교급식을 공급 받고 있다. 그러나 짧은 기간 내에 학교급식이 급속하게 확대·운영됨에 따라 수입식품을 비롯한 저질 식재료 사용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에 따른 빈번한 식중독 사고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매일노동뉴스>는 학교급식의 현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① 학교급식, 무엇이 문제인가(11일) ② 학생·학부모·교사에게 직접 듣는 학교급식의 현주소(12일) ③ 학교급식 이렇게 바꾸자(13일) 등 3회 분량의 기획기사를 준비했다.<편집자주>



어느 때보다도 학교급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학교급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느끼고 있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대담에는 김경자 학부모(서울 목동 월촌중), 오승현 학생(서울 상도동 상현중 2년), 문주성 학생(서울 홍제동 안산초 6년), 정보라 학부모(문주성 어머니), 김인영 교사(서울 구로동 구일중)와 현재 국회에 학교급식법안을 발의해 놓은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이 함께 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지난 7일 따뜻한 토요일 오후 국회에서 이들을 만나, 이들이 생각하는 학교급식의 현주소와 학교급식에 대한 대안을 들어봤다.


월촌중 모범적 사례로 꼽혀

“저는 지난해까지 월촌중(목동 소재)에 다니는 아이 때문에 학교급식 문제에 많은 관여를 하게 됐어요. 월촌중은 지난 2002년 서울에선 가장 먼저 직영으로 전환한 중학교죠. 당시 전 학부모 운영위원이었어요. 학부모들은 물건을 대는 업자 선정부터 지역농협과 계약해 직접 도정한 쌀을 들여오고 우리 농산물을 사용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어요.”

김경자씨가 운을 뗐다. 아무래도 가장 학교급식 문제의 노하우가 쌓인 선배라서 다른가 보다. “직접 도정한 쌀이 얼마나 밥맛이 좋은 줄 아세요? 게다가 아침에 싱싱한 식재료로 조리를 하지요, 튀김, 햄 등의 반찬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많이 먹이지 않고요. 올해 고등학교 간 우리 아이가 그러더군요. 중학교 때의 학교급식이 몹시 그립다구요.”

실제 이같은 급식은 아이들의 식습관 개선에도 좋은 효과가 있단다. “식습관도 가르치려고 식단에 전통적인 조리방법으로 만든 음식도 넣으려고 노력해요. 아이들이 좋아하는 튀김, 고기만 넣으면 안 되거든요.”

처음부터 가장 모범적인 사례가 나왔다. 그러나 서울시내에서 이같은 사례는 극히 드문 편에 속한다. 서울시는 전국에서도 직영률이 가장 낮은 곳이다. 그렇다면 가장 일반적인 학교급식의 모습은 어떨까.

“초등학교 때는 직영급식을 먹다가 중학교 와서는 위탁급식을 먹고 있어요. 솔직히 맛 없어요. 초등학교 때는 양도 많고 맛도 괜찮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정해진 만큼만 먹어야 하고 밥만 많고 반찬, 국은 적어요. 면은 불어터지고 식은 국, 된밥, 진밥 뭐 이래요. 입학 초에는 초등학교 때가 그립더라구요.”

양도 적고 맛도 없는 위탁급식이 먹기 싫다는 오승현양의 하소연이다. 더구나 여름철이 다가오니 식중독도 걱정된다고 한다. 실제 위탁급식의 식중독 발생비율이 직영급식의 10배라는 통계도 있다.

“제가 입학하기 1년 전엔 우리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해 TV 뉴스에까지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불안해요.”


“위탁급식 정말 먹기 싫어요”

그렇다면 직영급식을 먹고 있는 초등학생 문주성군은 어떨까. “맛도 괜찮고, 신선한 것 같아요. 음, 저는 밥이 젤 맛있어요. 김치도 좋아하고요.” 주성군은 대충 만족하는 편인 것 같다. 하지만 엄마의 입장에서는 좀 불안한 모양이다.

“병원은 조리실에 대한 법적 규제가 있다고 들었는데 학교는 전혀 없대요. 학생수는 늘어도 급식시설은 그대로죠, 인스턴트, 튀김, 반조리 식품도 여전히 사용되고요. 요새 아이들 아토피 때문에 고생하잖아요. 음식의 영향도 크거든요. 학교도 병원수준의 급식시설에 대한 규제가 있어야 해요.”(정보라 학부모)

때문에 이날 월촌중 사례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월촌중학교는 가공식품은 전혀 못 들어와요. 기본이 국산콩, 유정난, 제철 식품 등을 썼고요. 한 달에 3~4번은 한우를 쓰도록 했죠. 이런 것들은 학교운영위 내의 급식소위의 논의를 꼭 거칩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영양사가 건포도는 주로 수입산이니까 쓰는 게 어떻겠냐고요. 절대로 안 된다고 했죠.”

순간, 김경자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이날 참석자들은 “우와~”를 연발했다. 부러움 그 자체의 눈빛이었다. 월촌중 사례는 서울시내 몇몇 중학교로도 전파가 되고 있다고 한다. 바로 김인영 교사가 근무하는 구일중학교가 올해부터 위탁에서 직영으로 전환한 예다.
“월촌중의 영향이 컸어요. 우리도 저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거죠. 지금 구일중은 직영 전환 뒤 인스턴트, 조미료 사용을 전혀 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아직은 좀 미숙하네요. 그래도 지난해에 비해 인스턴트가 줄었다는 것은 학생들이 인정합니다.”

급식 직영전환이 꼭 필요한 이유

구일중이 직영 전환을 할 수 있었던 데는 김인영 교사의 몫이 컸다. 일반적으로 학교급식 문제는 학부모의 관심이 높은 사안인데, 구일중은 교사가 먼저 앞장 선 경우다. 그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인 계기가 있었기 때문이란다.

“지난해 제가 급식소위 위원을 맡았는데요, 식단 검토를 해봤더니 글쎄 인스턴트 음식이 90%를 차지하더라구요. 돈까스, 튀김요리, (완전)조리식품 일색이었어요. 게다가 이도 대부분(90%)이 수입품이었는데요, 떡도 수입산 쌀로 만들고, 김치도 중국산이더라구요.”

한숨이 절로 나왔다고 한다. 위탁업체가 식단단가를 낮추기 위해 저질, 수입식재료를 쓰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들 위탁업체가 국내서 내로라 하는 대기업. 구일중도 S그룹 계열 E업체가 맡고 있었다. “위탁업체에 조리식품 들여오지 말고 학교에서 직접 조리하면 안 되냐고 했더니 ‘조리기구가 없다’는 대답만 돌아왔어요. 조리실엔 튀김솥과 국솥만 있더군요.”

위탁업체의 조리시설 설치에 인색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래서 김인영 교사는 지난해 전교조 남부지회에서 급식 직영설명회에 참석했다가 월촌중 사례 등을 듣고 직영 전환 결심을 하게 된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직영 전환의 성공률은 높지 못하다. 구일중은 성공한 경우이지만 지난해 추진했던 구로중, 난곡중 등은 직영 전환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일반적으로 교장이 결심을 하지 못해요. 구로중, 고척중의 경우도 직영 전환이 결정됐다가 교장이 결심하지 못해 모두 원점으로 돌아간 경우죠. 하지만 급식비는 수익자 부담이기 때문에 학부모 의견이 적극 반영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실정입니다.”(김인영 교사)

“맞아요. 저도 듣기엔 교장은 임기 중 직영 전환을 꺼린다고 해요. 위탁업체와의 관계 등이 고려된 듯한 데요. 교장회의에서 직영 얘기 나오면 싫어한다고 들었어요.”(김경자 학부모)


학교급식, 어떻게 운영돼야 하나

“우리들 의견이 잘 반영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볼 땐 거의 반영이 안 되는 것 같아요. 학년 초와 중순에 설문조사를 하거든요. 하지만 음식 나오는 걸 보면 거의 바뀐 게 없어요. 지금은 설문조사 하는 것도 귀찮아요.”

학교운영위에는 학부모, 학생, 교사 위원이 모두 참여하며 산하 급식소위도 각 주체의 참여 하에 구성된다. 하지만 실제 학생들 의사가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게 오승현양의 목소리다.

“월촌중은 한 달에 한번 급식소위를 여는데요, 이에 앞서 학년별 학생대표가 학생들 의견을 모아와 소위에서 발표를 합니다. 또 학부모, 학생, 교사뿐만 아니라 영양사, 조리종사원 대표들도 참석해요.”(김경자 학부모)

가장 앞장서 직영을 해온 학교는 다르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다수 학교에서는 학생 참여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바람직한 방향은 각 주체들이 참여해 업체를 함께 선정하고 종사원 채용시 의견 개진하고 검수까지 하는 겁니다.”(정보라 학부모)

또 이날 국가나 지자체의 예산지원도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김인영 교사는 “인건비, 관리비(가스비 등) 등 시설·운영비만이라도 우선 예산지원이 되면 학부모로부터 받는 급식비의 상당부분은 식재료비로 쓸 수 있잖아요. 초등학교는 관리비, 조리종사원도 지원이 되는데 중·고등학교는 전혀 안되거든요. 초등학교 수준까지만 해줬으면 좋겠어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대다수 비정규직인 급식종사원 인건비 현실화에 대한 목소리도 높았다.

“조리종사원은 한 달에 60만원 수준이라고 들었어요. 근무조건이 열악하니까 이직률도 높죠.”(김인영 교사)

학교급식 운영에 있어 특히 학부모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보라 학부모는 “최근 교육부가 급식도우미가 문제가 되니까 어머니회를 축소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합니다. 학부모들의 역할을 축소하려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인영 교사 역시 “급식소위가 강화되고 검수도 강화하는 등 어머니들의 감시의 눈이 중요해요”라며 동감을 표했다.


급식법 개정에 대한 관심 높아

현재 17대 국회에는 급식법 개정안이 민주노동당 최순영, 한나라당 김영숙, 열린우리당 강혜숙 정장선 복기왕 의원, 정부안 등 모두 6개안이 계류돼 있는 상태다. 지난 4월 임시국회에선 공청회가 열렸으니 6월 임시국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때문에 지금 어느 때보다도 급식법 개정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날 대담 참석자들은 어떨까.

“당연히 관심이 높죠. 우리농산물 사용, 직영 전환, 무상급식 등 3대 원칙이 모두 통과됐으면 좋겠어요. 직영이기 때문에 좋은 식재료도 쓰고 학부모 의견이 반영되는 거예요. 위탁은 어림도 없죠. 서울시교육청은 ‘위탁급식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직영으로 전환하려면 학부모 의견을 들어서 교장이 결정하라고 하는데요, 교장이 결정하기 힘듭니다. 결국은 강력한 법제도가 리드해줘야 합니다.”

김경자 학부모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면서 김인영 교사는 “각 지자체 조례에서 우리농산물을 사용토록 했더니 정부가 제소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아이들에게 우리 땅에서 나는 우리 농산물을 먹이는 것은 너무 당연하죠. 우리 농촌도 살릴 수 있는 길 아닌가요”라며 정부가 WTO 협정 위반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제소한 것을 비판했다.

그래서인지 이날 대담에 참가한 최순영 의원에게 적극적인 의견도 개진됐다. “정말이지, 안타까워요. 아이들 밥상 문제도 외국 눈치를 봐야 하나요. 국회를 바라보는 학부모 심정은 안타깝습니다. 이번에 확실하게 법개정 돼야 합니다.”(김경자 학부모)

“법개정 한다니까요, 우리가 커서 어른이 돼서 이런 (학교급식에 대한 혼란스러운) 과정을 겪지 않게 빨리 끝내주세요. 그리고 고등학교 급식은 제대로 먹게 해주세요.”(오승현 학생)

“저는요, 학교급식 밥이 현미였으면 좋겠어요. 이게 몸에 좋대요. 또 튀김보다는 나물무침 같은 게 더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어요.”(문주성 학생)

“학교급식에 대한 관심은 모두 높지만 학생, 학부모, 교사 등 각 주체들이 개별적으로만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각 주체들을 묶는 네트워크도 필요해요. 급식개선을 위해 큰 도움이 될 겁니다.”(정보라 학부모)

“현장의 목소리를 들으니까 더욱 급식법 개정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직영급식으로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생생했고요. 학부모님들의 간절한 소망이 국회에서 제대로 반영이 되도록 하겠습니다.”(최순영 의원) 이날 대담 참석자들의 소망이 6월 임시국회에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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