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교섭’과 관련, 장상환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과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 간에 뜨거운 논쟁이 펼쳐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 2월 7일 장상환 소장이 <시민의신문>에 ‘사회적 교섭의 전제조건-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사태의 본질’에 대한 글을 기고, 민주노총의 사회적 교섭 방침을 비판하면서 비롯됐다.
 
장 소장은 이 글에서 대의원대회 사태의 ‘본질’과 관련 “노동자들의 처지가 극도로 악화된 것이 노선 대립 격화의 근본적 배경”이며 “민주노총 집행부의 구성과 조합원의 노선 분포가 다소 괴리된 것이 대의원대회 파행의 조직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또 현 민주노총 집행부의 정치력 부족을 들며 “이수호 집행부는 임시대의원대회 소집을 강행했고, 토론 기회도 충분히 제공하지 않았다”며 “이수호 집행부는 우선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사회적 교섭의 여건이 마련되었는지부터 다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석행 민주노총 사무총장은 지난달 21일 ‘장상환 교수의 사태 왜곡 유감’이라는 글을 통해 반론을 제기했다.
 
이 총장은 “민주노총 간부 중에는 투쟁을 기본으로 하여 교섭전술을 채택하자고 주장한 사람은 있었어도, 장 교수가 주장하듯 투쟁 없이 실리를 추구하자는 사람은 없다”며 “민주노총 각종 회의록을 지금이라도 공개할테니 누가 그런 원칙에도 어긋나는 주장을 했는지 장 교수는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또 “민주노총 집행부는 ‘작년 9월에 부결된 안건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반대주장이 매우 정당하고 집행부는 비민주적이라는 왜곡된 판단을 하도록 말하고 있다”며 “언론에도 보도되고 <노동과 세계> 등에도 공개적으로 알려졌던 사실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장은 이와 함께 “강경파가 더 힘을 얻고 있다는 식의 매우 주관적인 주장을 하며, 오히려 집행부 퇴진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들에게 면죄부라도 줄 것처럼 말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현 사태의 핵심은 폭력이고 절차적 민주주의를 짓밟고 있는 일부 집단의 행위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아울러 “집행부의 구성과 조합원의 노선분포가 괴리되었다는 말은 조합원의 의사와는 달리 집행부가 구성되었다는 주장이며, 조합원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집행부라는 말로 논리를 확대시킬 수도 있다”며 “장 교수는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사실 왜곡과 근거없는 비방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총장은 또 “진보정당의 중책을 맡고 있으며, 권위있는 학자의 왜곡된 주장으로 인해, 또다시 상처받고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잊지 말아 줬으면 한다”며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장상환 소장은 28일 <시민의 신문> 기고를 통해 재반론을 펼쳤다. 그는 ‘사회적 교섭 전제조건 마련됐나’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민주노총 집행부는 비정규 노동자의 절박감을 받아들여라”고 촉구했다.
 
장 소장은 이 글에서 “사회적 교섭안이 작년 9월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된 것이 아니라 8월 중앙위원회 결정에 따라 안건 상정이 유보된 것이 사실이다. 2월 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사회적 교섭 반대토론자들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일부 정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장 소장은 그러나 ‘투쟁 없이 실리를 추구하는 사회적 교섭파’라고 한 것이 찬성 의견을 왜곡했다는 이석행 사무총장의 지적에 대해선 재반론을 펼쳤다.
 
장 소장은 “찬성 주장을 살펴보면, 투쟁이 어려우니 사회적 교섭을 하면 투쟁의 계기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며 “이것은 투쟁과 교섭을 상호보완적인 것으로 보기보다는 투쟁보다 교섭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나는 이것을 ‘투쟁 없이 실리를 추구하는 사회적 교섭’이라고 다소 과장하여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소장은 또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물리적 충돌은 있었지만 회의는 기본적으로 평화적으로 진행되었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이와 관련 “임시대의원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유회되었던 것으로, 사회적 교섭 반대자들이 폭력으로 대회를 무산시킨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장 소장은 아울러 “정도를 넘어서는 것은 문제지만, 당하는 쪽에서는 어쩔 수 없을 때 기존 법률과 절차를 넘어서는 방법을 동원해 저항할 수 있다”면서 “민주노총 집행부는 비정규직 개악안이 입법화될 경우 희망을 포기해야 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절박한 위기감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장 소장은 이와 함께 “집행부의 구성과 조합원의 노선분포가 괴리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지난 해 1월 민주노총 임원선거에서는 현 집행부 진영이 싹쓸이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에 따라 “집행부 내에서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기 어렵게 되었고, 이것이 대의원대회가 연속적으로 파행이 된 한 원인이 되었다”며 “임원 선거방식을 바꿔서 집행부가 다양한 세력으로 구성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 소장은 끝으로 “민주노총이 3월 중순에 다시 대의원대회를 열어 사회적 교섭안을 놓고 갈등을 재연하는 것은 전혀 사리에 맞지 않다”며 “정부가 적어도 비정규직 개악안을 폐기하지 않는 한 사회적 교섭안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명확한 자세를 견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교섭’과 관련 진보진영 교수 일각의 ‘폐기’ 주장에 대해 ‘진보를 자처한다는 일부 교수들의 분별없는 처신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던 민주노총. 장상환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의 재반론에 이석행 사무총장과 민주노총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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