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각계 원로 및 대표들이 ‘2005희망제안’의 일환으로 10일과 11일 각각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방문하는 등 노동계의 협조를 구하고 있는 가운데, 진보진영 일각으로부터 제안 내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일 종교, 문화, 시민사회 등 각계 원로 170명은 ‘새로운 공동체 건설’과 ‘일자리 창출’을 기치로 ‘2005희망제안’을 발표하고, 정치권을 향해서는 정쟁 중단, 기업을 향해서는 인간적이고 생산적인 패러다임 구축, 노동조합에는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 자제 등을 호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허영구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전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는 <일자리 나누기 ‘범국민 사회협약’>이란 칼럼을 통해 ‘희망제안’이 제시하고 있는 사회적 대타협 모델의 형태, 일자리 나누기와 고용확대의 현실성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허영구 대표는 먼저 “이번 ‘희망제안’은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전부는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했다. “‘희망제안’이 제안하는 모델은 노·사·정에다 실업자, 여성, 노인 그리고 시민사회단체 대표를 망라하는 내용”이어서 “자본주의 사회를 전제로 할 때 사회적 합의는 노동과 자본 간의 합의” 말하는 것이기에, “한국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성을 문제 삼아 실업자, 여성, 노인 등으로 (주체를) 확대하면 노사정 대표 주체에서 조직된 노동조합의 요구가 분산된다”는 것이다.  
 
허 대표는 ‘희망제안’이 제시하는 일자리 나누기 해법의 현실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했다. 허 대표는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민주노총이 200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며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를 제안했을 때,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만큼 노조가 임금을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재계의 태도를 예로 들었다.
 
허 대표는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거의 없다는 당시 재계의 주장을 상기시키며, ‘희망제안’이 평생학습 체제 개념을 통해 300만 개 일자리 창출을 제시하고 있지만, “공공 근로사업 수준에서 공공부문 일자리를 생각하는 정부로서 이런 제안을 수용할 리 없다”는 부정적 전망을 내 놓았다.     
 
고용확대 문제에 대해서도 허 대표는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이유를 정규직 노동자의 고임금으로 인건비 부담이 과중하여 비정규직을 동등하게 대우할 수 없고, 정규직의 노동유연성의 결여 즉, 정규직의 해고가 어려워 비정규직 노동자가 증가한다”는 것이 자본과 정부의 주장이라며, 사회원로들의 제안 또한 이 입장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진보네트워크’는 좀더 강한 우려를 표했다. 지난 7일 경제장관간담회의에서 나온 정부의 올해 경제정책 운용 방향을 “사회 극단화 기름 붓는 경제정책”이라 비난하고, 하루 전날 발표된 ‘2005희망제안’이 그 들러리를 섰다고 혹평했다. 
 
진보네트워크가 운영하는 매체 ‘미디어참세상’은 논평을 통해 “연초 주요 인사들의 신년사와, 이른바 원로들의 희망제안과, 경제장관간담회의 계획 발표에서 공통의 관심사로 표현되는 단어인 ‘사회통합’과 ‘일자리 창출’은 아무리 쳐준다 해도 새해 덕담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지적하고 그 이유로 “아무도 사회통합에 이르는 구체적인 경로와 방법을 제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디어참세상은 “오늘날 사회의 대립, 갈등, 분열의 원인이자 배경인 신자유주의 자본정책이 청산되지 않는 이상 ‘사회통합’ 방안을 그 누구도 제시하지 못한다는 것을 지난 몇 년 동안 대립, 갈등, 분열의 현장에서 익히 경험해왔다”며 “정부가 기획하고, 자본이 화답하고, 원로들이 들러리를 서서 내놓은 ‘일자리 창출을 통한 사회통합 구상’은 그러나 사회통합은커녕 대립, 갈등, 모순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원인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성장 우선을 말하든, 성장을 통한 분배를 말하든, 시장자본주의의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아야 하고, 살아남아야 분배도 고려 가능하다는 자본의 담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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