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춘봉씨의 죽음에 대해 한진중공업 회사쪽이 잘못을 인정했다. 김씨의 유족으로부터 장례 및 보상 절차를 위임받은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은 29일 오후 2시 부산공장 본관에서 김씨의 죽음과 관련한 첫 교섭을 가졌다.

이번 교섭에는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 한진중공업 김정훈 사장을 노사 대표로 하고 노사 각각 10명이 교섭위원으로 참석했다. 참석했다.

교섭에 앞서 노조쪽 제안에 따라 노사양쪽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는 묵념을 했으며 이 자리에서 김정훈 사장은 “(고인의 죽음에 대해)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회사쪽은 노조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요구에 대해 “회사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노조의 또 다른 요구인 ‘재발방지대책’에는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금속노조는 “다시는 이같은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가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한진중공업 내 촉탁 계약직 노동자 뿐 아니라 사내하청노동자에 대해서도 회사가 처우개선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또한 금속노조는 한진중공업이 지난해 11월 ‘김주익·곽재규 열사투쟁’ 당시 맺은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창한 위원장은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해 김주익·곽재규 열사 투쟁 당시 맺은 합의에 따라 지난 5월 회사에 촉탁직을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했다”며 “회사가 이것을 이행했다면 한 노동자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고 김주익 지회장이 크레인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11월15일 한진중공업과 금속노조는 단체교섭에서 합의했다. 이 합의 내용 중에는 “금속노사가 작년 8월22일 맺은 ‘기본협약 및 조합통일요구안 합의사항’을 올해 3월부터 한진중공업에도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것. 이 ‘기본협약 및 조합통일요구안 합의사항’에는 “촉탁직을 3개월 이상 고용할 수 없으며 그 이후로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구가 명시돼 있다.

이에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는 지난 5월27일 회사에 공문을 보내 촉탁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했지만 회사가 수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인수 한진중공업지회 사무장은 “지회장이 몇 차례 회사에 건의하기도 했는데 계약기간을 핑계대며 차일피일 미뤄오기만 하더니 결국 노동자의 죽음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사합의 미이행 논란과 재발방지 대책 등에 노사가 이견을 보이면서 당분간 고 김춘봉씨의 장례는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노조에 따르면 한진중공업 내 촉탁직 노동자는 40여명 규모이며 사내하청 노동자는 부산공장에 1천여명, 울산·다대포·마산공장에 1천여명 등 2천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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