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정부의 강제출국 조치에 항의하며 이주노동자들이 명동성당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지난 15일로 꼭 1년째를 맞았다. 농성단 수는 150여명에서 이제 30여명으로 줄어든 상태. 단속에 걸려 이미 추방당했거나, 그도 아니면 단속망이 닿지 않을 만한 곳을 찾아 떠나 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이주노동자 조직화를 위해 지역으로 흩어진 노동자들도 상당수다.
 
지난 18일 이주노동자들의 농성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목요집회가 열린 명동성당 들머리를 찾았다.


“Stop Crack Down, We are labor!”(단속 중단, 우리는 노동자다)

이날 명동성당으로 가는 길에는 최근 파업을 벌인 공무원 노조 간부들을 연행하기 위한 불심검문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을씨년스런 광경 속에서도 이주노동자들의 농성 1년을 기념하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었다.
 
저녁 7시로 예정된 집회에 앞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목요 미사가 진행됐다. 사제단은 ‘함께 가자 우리 이길을’을 합창하는 것으로 미사를 마무리하며 “이주노동자들이 명동성당의 새 식구가 된 지 벌써 1년이 됐습니다. 우리 모두 그들의 생일을 축하해줍시다”라며 이어질 집회를 소개했다.
 
기념 현수막이 걸리고 무대가 준비되는 사이 지난 1년 이주노동자들의 ‘안방’ 노릇을 해온 천막 안을 살짝 들여다봤다. 딱딱한 나무 침상에 이불 몇 채, 농성장 한 켠에 임시로 마련된 주방의 낡은 가재도구들은 농성장의 ‘옹색함’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천막 입구에는 이들의 투쟁이 1년을 훌쩍 넘어서고 있음을 알리는 ‘370일’이라는 숫자와 함께 'Stop Crack Down(단속 중단)', 'We are labor(우리는 노동자)', 'We are One(우리는 하나)', 'Let's fight together(함께 싸우자)'라는 문구들이 쓰여 있고, 그 옆에 마련된 탁자 위에는 그동안 죽어간 이주노동자들의 영정사진이 빛바랜 채 놓여 있었다.


“전국 단위의 더 큰 싸움 준비하겠다”

어느덧 집회가 시작됐다. 무대에 나선 아느와르(방글라데시) 평등노조 이주지부장은 “우리 투쟁을 지지해준 모든 동지들께 고맙다”면서 “1년의 투쟁기간동안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정부의 폭력단속에 부상을 입고, 목숨을 끓은 이들도 많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느와르 지부장은 “강제추방 저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 합법화라는 우리의 요구를 아직 이뤄내지는 못했지만, 우리들의 요구를 사회적으로 알려내는 데는 성공했다”며 “노예처럼 살아온 우리들에게 관심과 지지를 보내준 분들이 있어 우리들의 투쟁은 외롭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는 28일 명동성당에서의 농성을 마무리 하고, 이주노동자들이 권익 쟁취를 위한 더 큰 싸움을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수도권 위주로 돼 있는 이주노동자 투쟁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 그는 “명동성당에서의 농성을 끝낸다고 해서 투쟁이 끝나는 것은 결코 아니”라며 “요구사항이 쟁취되는 날까지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이어 민중가수들의 흥겨운 노래공연이 진행된 뒤, <이주노동자 프로젝트>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다.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을 찾았지만 돈도 못 벌고 불법체류자의 신세가 돼 결국 명동성당에까지 오게 됐다는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의 사연 등 화면을 통해 명동성당 농성단원 개개인의 솔직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전해지자 집회장에는 숙연함이 감돌기도 했다.

농성단에서 투쟁국장을 맡고 있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수합씨는 “한국정부는 최근 고용허가제를 정착시키고 테러를 방지한다며 그물총, 가스총까지 동원해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며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는 우리들의 주장은 모른 채 하면서 '인간 사냥'식의 폭력단속만을 고집하는 한국정부에 대항에 우리 이주노동자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투쟁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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