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당초 노동부가 제시한 시한보다 하루 늦은 19일 오후 불법파견 개선계획서를 제출했다. 18일까지만 해도 현대자동차는 정규직노조의 진정건에 대한 판정이 날때까지 계획서 제출을 연기해 줄것을 요청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제출한 이 개선계획서는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계획은 누락한 채 파견과 임시직 활용, 공정분리를 통한 '완전도급화', 도급계약 해지시 고용승계 보장 폐기 등의 내용을 담고 있어 정규직노조와 비정규직노조 모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업체별 '공정 블록화'로 완전도급 전환

현대차의 개선계획은 불법파견 소지가 있던 공정에 대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아니라 파견노동자와 단기계약직을 활용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우선 산재로 인한 결원이나 휴일 특근 등 정규직의 결원이 발생한 경우 사내하청을 투입해오던 것을 오는 12월까지 파견을 활용하거나 단기계약직 노동자를 현대차가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

또한 직접공정인 컨베이어 라인의 경우 정규직과 사내하청 노동자의 혼성 작업으로 위장도급으로 판정됐던 부분에 대해서는 올 12월부터 2005년 10월까지 원-하청 공정 재배치와 유사공정에 대한 '업체별 블록화'를 추진, 불법파견 문제를 개선하기로 했다. 하청노동자의 공정을 재배치하는 방식으로 도급계약을 변경, 공정 전체를 모두 협력업체 하청노동자가 담당하도록 해 원-하청 소속 노동자의 혼재작업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일정한 공정을 협력업체에서 전담하도록 해 고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위해 협력사 작업공정을 단계적으로 독립공정으로 만드는 '업체별 블록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른바 정규직-비정규직의 공정을 완전히 분리해서 '완전도급'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그동안 정규직·비정규직노조의 요구로 협력업체와 계약이 종료됐을 경우 하청노동자들을 신규 업체에 고용승계하도록 해왔으나, "협력사의 근로관계 승계 여부에 대한 결정은 기본적으로 신규계약 협력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야 하는데 이를 강제했을 때는 다시 불법파견 등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오는 11월부터 신-구업체간의 자율적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는 것이다. 노사합의를 백지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현대차의 이번 개선계획은 불법파견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과 추후 직접생산공정에 대한 사내하청 활용을 배제하는 방향이 아니라, 또다른 형태의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나아가 사내하청의 범위를 더 확대시킬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규직 배치전환 등 실현가능성도 의문

현대차의 개선계획서 내용에 대해 진정당사자였던 현대차비정규직노조 뿐 아니라 정규직노조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으며 이같은 계획의 실현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현대차비정규직노조 서쌍용 사무국장은 "이미 정규직들이 기피하는 힘든 공정에 하청노동자들이 주로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배치전환을 통해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한꺼번에 몰아두는 완전도급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이 계획은 파견노동자와 임시직을 확대해서 영구적으로 비정규직을 사용하겠다는 땜질 처방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또한 현대차가 도급계약을 변경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어 기존의 하청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은 고사하고 계약해지 위험도 있어 불법파견 노동자들의 고용문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노조 서동식 조직강화팀장도 "공정 자체를 완전히 비정규직화하겠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회사가 비난여론에 쫓겨 엉망인 안을 내놨다"며 "현대차노조는 도급전환을 위한 재배치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이미 밝혔다"고 말했다.

이에 금속산업연맹과 현대차노조. 현대차비정규직노조는 20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 이 같은 개선계획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항의집회를 개최했으며, 11월초 양재동 현대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다시 열기로 했다.

한편 18일까지 고소고발 조치 여부를 고심하던 노동부는 뒤늦게 제출한 현대차의 계선계획서에 대해 "일단 관할 지방노동사무소가 내용을 검토해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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