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방안으로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해 온 고용노동부 상생임금위원회가 권고안을 내는 대신 논의내용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특별위원회에서 발표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계의 의견을 구하지 않고 정부 주도로 진행된 상생임금위 논의 결과가 사회적대화 테이블에 오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생임금위 논의 내용, 권고 아닌 대화로”

26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양경규 녹색정의당 의원실의 질의에 “경사노위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가 발족했으므로 구체적인 권고보다는 그간의 논의 결과를 경사노위에서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사회적 대화를 통해 필요한 법·제도 개선방안을 발굴·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생임금위는 이중구조 개선과 임금체계 개편 등 임금 문제를 총괄하는 논의체로 지난해 발족했다. 유노조·대기업 사업장에 연공성이 강한 임금체계가 집중되면서 노동시장 내 격차를 확대하고 이중구조를 고착화하기 때문에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정식 장관·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를 포함해 22명으로 구성돼 있다. 출범 이후 전체 회의를 10차례 진행했다.

상생임금위는 당초 지난해 ‘상생임금 확산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그해 11월 한국노총이 사회적대화에 복귀하겠다고 의사를 밝히면서 상생임금위 역할이 모호해졌다.

올해 2월 경사노위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한 뒤 정부는 상생임금위 논의를 같이 담아 사회적 대화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방식은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달 7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성희 차관은 상생임금위의 권고 가능성에 대해 “최종 결론이 나지 않았다”며 여러 가능성을 열어 뒀다.

정부가 상생임금위원회 논의결과를 경사노위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에 발표하기로 한 배경은 상생임금위 논의와 특위에서 다루는 의제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경사노위는 지난 2월 일·생활 균형위원회,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 등 2개 의제별위원회와 함께 특별위원회를 출범했다. 특위에서 ‘불공정 격차 해소’ 문제를 다룬다.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임금체계 개편을 논의하기 가장 적절하단 의미다.

“전문가끼리 논의한 내용, 대화 테이블에 못 올라”

경사노위는 위원회별 구성을 잠정적으로 마친 상태다. 다만 논의가 순조롭게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상생임금위에서 다룬 내용을 특별위원회에서 발표, 논의한다는 것은 노동부 생각”이라고 선을 그었다.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노총은 정부나 경사노위가 일방적으로 진행한 연구나 논의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노사정이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된 기구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경사노위가 운영해 온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연구회의 논의 내용도 마찬가지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임금정책과 관련해 정부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직무·성과급으로, 호봉제로 표현되는 고임금·유노조 사업장이 타깃”이라며 “정규직을 타깃으로 한 직무급 논의는 노동계가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김 이사장은 “진짜 상생임금의 취지는 산업적 차원에서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인데 차별시정 정책 수반 없이 호봉제만 없애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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