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기후 유권자’를 자처하는 시민이 늘어나는 등 기후위기 관련 인식이 높아지면서 양대 노총도 기후 관련 단체협약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이른바 ‘녹색단협’이다. 사회와 사업장 단위의 거버넌스 구축을 요구하고 산업별로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노조 없는 기후위기 대응 거버넌스 한계 뚜렷

25일 <매일노동뉴스>를 종합하면 민주노총은 올해 기후위기 관련 단협 이행 수준을 살펴볼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사업장 기후정의위원회 구성을 뼈대로 온실가스 배출 실태 파악과 공개 의무화 같은 사업주 의무, 온실가스 배출 저감 공정 마련 등 녹색 작업환경 구축을 단협에 포함하도록 했다.

한국노총은 2020년부터 공동임단협투쟁 지침에 ‘기후위기에 따른 노동중심의 산업전환 대응’ 부문을 신설했다. 다양한 과제가 제시됐지만 역시 기후위기 대응 거버넌스에 노동계가 대등하게 참여해야 한다는 대목이 강조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따라 보장받는 단협은 기후위기 대응에 중요한 수단이다. 기후위기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내몰린 철강·제조·교통·발전 같은 유관 산업 노동자에게 특히 그렇다. 이들 부문은 기후위기를 야기한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해 이익을 쌓은 산업군이면서 동시에 기후위기를 빌미로 고용안정이 훼손되는 대표적 부문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태주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노조가 참여하지 않은 기후위기 거버넌스는 내용상 한계가 분명하고 언제든 철회가 가능하기 때문에 정의로운 전환 초기단계에서 거버넌스에 집중하게 된다”며 “거버넌스는 단순히 사업장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산업적인 단계에서 중층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노조의 기후위기 거버넌스 참여 시도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기후위기 적응·완화’ 중층적 대응 대책 자리매김

그렇지만 녹색단협이 노동·정치 또는 노동·자본 간 거버넌스 구축으로 단순히 치환되지는 않는다. 기후위기 대응은 적응과 완화로 구분되는데 적응은 기후위기로부터의 노동자(또는 사회적 약자) 보호를, 완화는 온실가스 저감 같은 시도를 말한다. 거버넌스 구축은 이 양자 모두를 위한 기반이다.

산업군 또는 사업장 수준의 일반규범이라는 단협의 특성상 녹색단협은 해당 산업군 또는 사업장의 미시적인 기후위기 대응 대책이라는 지위를 갖는다.

초보적인 단계지만 국내 일부 노조는 적응과 완화로 볼 수 있는 단협을 여럿 갖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12월 펴낸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노동조합의 대응’ 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장노조들은 “지구온난화 원인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금속노조 아이티더블유 아산지회) “탄소배출 저감 및 지속 가능한 환경 유지를 위해 에너지 저감 및 폐기물 절감 대책 지속 추진”(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 “재생에너지 확대 및 에너지 효율화 방안 마련, 친환경 컵 비치”(보건의료노조 천안의료원지부) 같은 단협 조항을 사용자와 합의했다.

이런 녹색단협은 임금과 노동조건 교섭 같은 전통적 노조활동이 사회적 연대와 지지를 획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강조된다. 박 연구위원은 “노조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핵심적 질문은 노조가 고용안정 관심을 넘어 기후 안정화 주체로 나설 수 있느냐다”라며 “사회적 노조주의를 내재화함으로써 녹색단협 같은 방식으로 임금과 고용조건 외의, 그러나 실은 임금과 노동조건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역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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