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또다시 건설노조는 사용자단체라며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용자단체 압박을 위한 쟁의뿐 아니라 단체협약 자체를 부정하는 내용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건설노조 울산건설기계지부가 사용자단체로서 건설기계노동자의 임대료 인상과 고용보장을 요구한 행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이라며 과징금 4천30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을 내렸다.

“임대료 인상·덤핑 금지 공문이 공정거래 방해”?

공정거래위는 지부가 사용자와 체결한 단체협약 자체를 문제 삼았다. 공정거래위는 지부가 2020~2022년 단체협약 등으로 정해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한 2022년 단체협약에서 조합원이 공급하는 건설기계와 살수차의 임대료와 지급기일을 정하고, 이에 따라 사용자쪽에 임대료 인상을 요구하는 공문과 덤핑 강요를 근절하라는 요구를 담은 공문을 보낸 것이 공정경쟁에 반한다고 봤다. 공정거래위는 “개별 대여업자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건설기계 임대료와 지급기일을 결정한 것으로 사업자 간 가격과 거래조건에 의한 경쟁을 제한한 행위”라고 해석했다. 지부를 사용자단체로 파악하면서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배척한 셈이다.

공정거래위는 또 과당경쟁에 따른 헐값 계약을 근절하고 사용자나 건설기계 중개 과정의 과다한 배차 수수료를 징수를 방지하고, 일감 분배를 위해 건설기계 배차권일 지부에 분할해 달라고 한 요구는 거래 상대방과 거래 여부, 거래내용 자율 선택을 제한한 행위로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건설기계노동자 고용을 주장하면서 비조합원 계약 체결시 건설기계 공급을 중단하거나 집회를 연 행위도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봤다.

공정거래위는 이번 시정명령으로 울산 건설현장에서 영향력이 큰 지부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 것을 최초 적발했다며 “건설사와 건설기계 관련 사업자가 자유롭고 공정한 거래를 촉진하고, 불필요한 공사 지체와 비용 상승을 막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자찬했다.

단협까지 부정하는 공정위, 행정심판 검토

노조쪽은 행정심판을 검토하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그간 건설기계쪽 노조를 사용자단체로 본 공정거래위 과징금 부과는 이어졌으나 이번엔 단협 체결까지 문제 삼은 것”이라며 “법률적으로 행정심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공정거래위가 계속 노조를 사용자단체로 몰아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하면서 현장의 교섭과 노동조건 향상을 위한 사업이 위축됐다”고 말했다.

앞서 공정거래위는 2022년 12월 건설노조 부산건설기계지부를 사용자단체로 규정하고 조합원 채용 요구는 사용자단체 금지행위라며 과징금 1억원을 부과했다. 지난해 3월에는 역시 부산건설지부에 또 다른 건으로 과징금 1억6천900만원을 확정했고, 대구경북건설기계지부 울릉지회에도 시정명령을 내렸다. 현재 대전세종건설기계지부가 재심에 계류 중이다.

건설기계를 조종하는 건설기계노동자는 건설기계 임대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임대료에 인건비까지 포함된 개념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특수고용직으로 분류된다.

건설노조는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중간업자 개입으로 저임대료가 고착화되고 지급 책임이 모호해져 체불의 원인이 되는 것을 막으려는 시도가 공정거래위의 제재대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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