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대법원이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 노동자는 현대제철 소속이라고 판결했다. 노동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지 13년 만의 결론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12일 현대제철 순천공장 사내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161명이 제기한 두 건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기계정비·전기정비·유틸리티 시설관리 사내하청 노동자 일부를 제외한 생산공정 노동자는 현대제철 사업단위에 편입돼 일을 한 노동자라고 고용관계를 인정했다. 기계정비 등 노동자에 대해서는 현대제철의 지휘·명령의 실질을 다시 점검하라며 광주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판결은 현대제철 사내하청 노동자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의 첫 대법원 판결이다. 소송은 2011년 7월 처음 시작했다. 금속노조 현대제철 비정규직지회 소속 노동자 157명이 처음 소송을 제기했고 4명이 추가돼 161명이 함께 재판을 받았다. 이들 중 2007년 이전에 입사한 109명은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에 따라 고용간주 여부가, 52명은 현행 파견법에 따라 고용의무 여부가 주목했다.

“원청이 MES 통해 지휘·통제”

쟁점은 정규직이 수행하지 않는 크레인 운전을 비롯해 물류진행과 코일포장, 기계정비, 전기정비, 경량화 운전 등 사내하청 전 공정을 파견근로로 볼 수 있냐는 것이었다. 노동자쪽은 생산통합관리시스템(MES)을 통해 원청이 하청노동자를 지휘·통제한다고 주장했다. 각급 재판부는 이런 주장을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현대제철)는 순천공장 원자재 관리, 품질관리, 공정계획에 따른 작업량과 작업순서 편성, 조업 진행현황과 실적관리, 출하관리 등 업무를 진행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가 기록·처리되는 MES를 이용해 원자재 입고부터 최종 생산품 출하를 운영하고 있다”며 “협력업체 업무는 피고로부터 발주받은 업무를 독자적 기술과 작업방식을 갖고 완성해 결과물을 이전하는 게 아니라 피고가 정한 작업내용과 작업시간·작업장소의 틀 안에서 피고로부터 전수받은 기술을 이용해 냉연간판 생산 노무를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시했다. MES가 단지 도급업무 발주와 검수를 위한 전산시스템에 불과하다는 사용자 주장은 배척했다.

2심 광주고법에 이어 대법원도 1심 판단을 인정했다. 대법원은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들이 수행한 업무는 순천공장 냉연강판 등 생산과정의 흐름과 연동돼 피고 노동자와 사내협력업체 노동자는 하나의 작업집단을 이뤘다”며 “피고는 사내협력업체 노동자의 인사, 근태상황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고, 사내협력업체들이 도급업무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채 순천공장에서만 사업을 영위했다는 원심 판단이 근로자파견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확정했다.

기계·전기정비, 유틸리티는 광주고법 파기환송

다만 기계정비·전기정비·유틸리티 업무 종사자에 대해서는 소 제기자의 소송 제기 기간 동안 지휘·명령을 받는 파견관계임이 명확하지 않다며 파기환송했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법무법인 새날)는 “MES를 통한 모든 공정의 파견관계는 인정했지만 3개 업무 소송 제기자의 근무기간 중 지휘·통제 증거자료가 미흡해 재입증을 요구한 것”이라며 “해당 업무만 떼어 생산공정과 구분하는 판결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이날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다만 소송이 진행 중인 사이 현대제철이 순천공장에 자회사를 설립해 자회사 정규직 전환을 시도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사용자쪽은 “이사회에서 순천공장 자회사 설립을 논의한 것은 맞지만 판결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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