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석영 기자

여성노동자 10명 중 7명이 250만원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에 시달리면서도 무급 가사·돌봄노동까지 떠안고 있다. 주 40시간 임금노동자 10명 중 7명이 무급 가사·돌봄노동 시간을 포함하면 주 54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성노동자 상당수가 과로 위험 수위로 살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4년 3·8여성파업 조직위원회’는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여성노동 실태조사 보고 결과를 발표했다. 실태조사는 지난해 12월20일부터 올해 2월7일까지 7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이 중 유효 응답자 693명을 분석했다. 일부 면접조사도 익명으로 공개했다.

응답자 고용형태는 비정규직이 44.30%, 정규직이 43.87%였다. 연령대는 50대(29.29%), 40대(27.13%), 30대(24.53%) 순으로 많았다. 업종은 서비스 종사자가 24.24%로 가장 많았고,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19.05%), 사무 종사자(18.33%), 단순 노무 종사자(17.32%)가 뒤를 이었다.

주 40시간 여성노동자 70%

무급 가사노동 더하면 주 54시간 이상 일해

250만원 이내 월급을 받는다는 답은 70.71%였다. 올해 최저임금(월 환산 206만740원)에서 250만원 사이가 26.41%로 가장 많았다. 최저임금은 15.87%, 최저임금 미만은 28.43%였다. 비정규직의 경우 저임금 비중이 더 높았다. 10명 중 9명 가까이가 250만원 이내 월급을 받았다. 최저임금은 22.67%, 최저임금 미만은 37.87%에 달했다.

응답자 72.9%가 생계유지하기에 월급이 적다고 답했다. 20대 활동가 민지은씨는 “당장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는 한다”며 “고임금 노동으로 갈 확률이 적은 상황에서 미래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저임금과 동시에 초과노동도 감내하고 있다. 주당 노동시간과 하루 평균 가사노동시간을 분석한 결과, 주당 40시간 일하는 노동자(309명) 중 가사·돌봄노동 시간까지 합하면 주 54시간 이상 일하는 여성이 69.9%(269명)에 달했다. 주 68시간 노동하는 경우도 12.6%(49명)에 이르렀다. 주 52시간 초과 근무자(42명) 중 가사·돌봄노동 시간을 합하면 73시간 이상 일하는 여성이 28.5%(12명)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절대적 시간 부족과 과로 문제는 직장생활과 건강에도 영향을 미쳤다. 50대 전업주부 김명희씨는 “과거 퇴근하자마자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하면 정작 나는 씻고 침대에 들어갈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소파에 기대서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씻고 출근하는 날이 잦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두 아이를 다 키우고 나니 골병이 들어 회사도 그만두고 자주 누워 있는 일상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의 유·무급 노동시간은 12시간이었다.

“최저임금 인상, 국가 가사돌봄서비스 강화해야”

여성노동자 10명 중 8명(78.3%)이 ‘여성이라서 저임금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저임금 원인으로 ‘사회와 기업이 여성노동 가치를 낮게 평가해서’ 76.21%, ‘비정규직 등 여성들이 일하는 일자리가 더 불안정해서’ 55.61%, ‘가사나 육아, 가족 돌봄을 주로 여성이 하다 보니 경력이 끊겨서’ 37.58% 등이 복수 응답으로 꼽혔다.

해결방안으로 ‘생활임금 수준 최저임금 인상’(37.06%)이 1순위로 두드러지게 높았다. ‘정규직·전일제 등 좋은 일자리 확대’가 1순위(23.63%)와 2순위(24.03%)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3순위로는 ‘경력단절 해소 공공정책 강화’(23.83%)가 높았다.

무급 가사·돌봄 문제와 관련 여성노동자 대다수(80.9%)는 국가의 가사돌봄 서비스 강화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윤석열 정부의 돌봄정책에 대해선 94%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30대 교사 이정민씨는 “정부가 저녁 7~8시까지 늘봄학교를 열어 부모의 장시간 노동을 지속시키고 아이들과 소통을 없애려고 한다”며 “부모가 아이와 유대감을 키우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돌봄 공공성의 방향과 정책을 다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여성의날인 3월8일 여성파업을 준비하고 있는 조직위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중지에 건강보험 적용과 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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