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난 5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민주노총 79차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여성사업과 성평등 사업이 지나치게 축소됐다는 비판이 잇따라 제기됐다. 전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채 안 될 만큼 예산 자체가 적은데 이조차 지난해 대비 30~40%가량 줄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의원대회는 성원 부족으로 사업계획과 예산을 결정하지 못한 채 유회됐다. 다음달 중순 80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25일 <매일노동뉴스>는 정기대대 때 제출된 예산안을 들여다보고 여성·성평등 사업 예산 삭감 논란을 짚어봤다.

여성위 예산 45.5% 감소
“300만원으로 성평등 사업 어떻게 하나”

지난 5일 정기대의원대회에 오른 안건 ‘2024년 예산안’을 보면 올해 예산은 지난해 대비 2억8천56만원이 증가한 207억5천만원으로 책정됐다. 올해 예산금액에서 사업비는 22억1천542만1천원인데, 이중 여성위원회 예산은 1천382만1천원(0.624%)이고 성평등위원회 예산은 300만원(0.135%)이다. 여성위와 성평등위 두 예산을 합쳐도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도 못미치는 셈이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여성위 예산은 2천536만원에서 1천382만1천원으로 45.5% 감소해 반토막 났다. 성평등위 예산도 지난해 비해 140만원 줄어 31.8%나 삭감됐다. 여성위·성평등위 예산이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29%에서 0.759%로 떨어졌다. 지난 5일 대대 현장에서는 “예산이 반으로 삭감됐다” “300만원으로 성평등 사업을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의문이다” 같은 지적이 쏟아졌다.

여성·성평등 사업 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든 데는 사업비 자체가 16%가량 감소한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사업비로 책정된 예산은 26억3천534만3천원이었는데 올해 사업비는 4억1천992만2천원이 감소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조합비가 정률이 아니라 정액인데 전체 예산의 절반 정도 차지하는 인건비는 매년 3~5% 정도씩 늘어나니까 사업비가 상당한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여성사업 예산만 감소한 게 아니라 전체 사업이 다 줄어 들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후보 시절 공약이었던 ‘30주년 사업’과 ‘조합원참여예산제’ 항목이 신설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새로 예산이 배정되면서 기존 부서·위원회 예산이 줄어든 것이다.

그런데 전체 사업 예산이 감소한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성사업 예산이 절반가량 줄어든 것은 다른 위원회 예산과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특별위원회를 제외하고 민주노총 내 5개 위원회 예산을 보면 정치위원회·통일위원회는 각각 사업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성위·성평등위 예산을 합친 것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감소 폭도 여성위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위는 5천572만원에서 3천440만원으로 38.3% 감소했고, 통일위는 6천770만원에서 4천480만원으로 33.8% 감소했다.

“예산 수준이 바로 민주노총 여성·성평등 수준”

김정은 보건의료노조 서남병원지부장은 “전체 예산이 줄면서 여성·성평등 사업 예산도 줄어들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어느 곳이 유독 큰 폭으로 삭감됐는지를 보면 결국 여성사업이 후순위로 밀리는 문제와 무관치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수진 언론노조 성평등위원장은 “지금 집행부가 여성·성평등 사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며 “예산 삭감과 3·8 여성의 날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와 3·9 윤석열 퇴진 민중대회를 연이어 여는 것은 모두 연결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대대에서의 문제제기에도 임시대대에 오를 2024년 예산안에 여성·성평등 사업 비중이 증액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각에서는 예비비를 편성해 사용하거나 조합원참여예산제 공모시 여성 포함 소수자 사업 제안을 받는 형식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5일 대대때 발의된 수정동의안 중 3·8 대회와 3·9대회를 하나로 합치자는 안은 차기 대대가 3월 중순 열리게 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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