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지난 27일부터 이미 시행되고 있는 50명(건설현장 50억원)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다시 유예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요구한 적용유예 논의 조건이던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립을 국민의힘이 받는 조건으로 50명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1년 적용유예를 요구하고, 민주당이 이를 받을 수 있다는 시나리오다.

양당 원내대표 태도 두루뭉술
2월 한 달 내내 논의할 듯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31일 오후 국회 본청에서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를 두고 협상을 이어 갔지만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다. 다만 두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회동 내용을 알리지 않아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윤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들이 협상 경과를 묻자 “지금 얘기하는 게 협상에 도움이 안 돼서 말을 안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홍익표 원내대표도 “내일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여야가 최대한 협의하기로 했고, 노력 중에 있다”며 “그 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물밑 대화가 진전 중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여야가 협상이 진전을 보려면 민주당이 내걸었던 조건인 산업안전보건청 연내 설치를 국민의힘과 정부가 받거나, 민주당이 조건을 물려야 한다. 그러나 노동자 안전 보호 필요성을 주장하며 노동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행정기구 설립을 조건으로 제시한 민주당으로서는 이를 무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같은 입장을 반복했다.

공을 받은 윤재옥 원내대표가 산업안전보건청을 받는 결정을 할지 시선이 쏠린다. 이날 회동 뒤 윤 원내대표가 관련한 입장을 내지 않은 것에 대해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양 당은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국민의힘이 산업안전보건청을 받지 못 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기 때문에 입장은 변함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산업안전보건청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없다”고 밝혔다.

여야 논의는 다음달 29일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국민의힘이 받으면 김영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열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처리되고, 동시에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유예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안이 발의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노동계와 재계, 국회 차례로 찾아 집단행동

정치권이 중대재해처벌법 전면적용에도 유예 논의를 멈추지 않으면서 노동계와 재계의 갈등을 부추기는 꼴이 됐다. 노동계와 시민사회·진보정당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전면적용 유지를 강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뒤 곧바로 본청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에 돌입했다.

권영국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을 전면적용해도 50명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를 둘 의무가 면책돼 있고, 사고가 기본적인 안전조치를 하고 있었다면 처벌을 받지 않음에도 정부와 여당은 나라가 망한다고, 중소기업 사장이 예비 범법자가 됐다고 가짜뉴스와 괴담을 양산한다”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특히 ‘조건부협상’ 방식으로 적용유예 협상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민주당을 성토했다. 한국노총은 “더불어민주당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와 관련한 입장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며 “자당의 이익과 노동자의 목숨값을 저울질하며 좌고우면하는 지금 민주당의 모습을 노동자와 국민이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느냐”고 따졌다.

중소기업중앙회와 한국경총 같은 사용자단체는 이날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중소기업 경영진 3천500명이 모인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를 촉구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선 안 된다”며 “771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해 법 적용유예 법안을 내일이라도 통과시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회가 2월 내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협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노동계와 재계는 힘겨루기를 지속할 전망이다. 민주노총은 1일 본회의에 맞춰 집회 형식의 4차 긴급행동을 펼친다.

임세웅·이재 기자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