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지회장 최정식)가 25일 오전 통상임금 소송 대법원 선고 직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준표 기자>

퇴직금을 중간에 정산했다면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은 발생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평균임금에 산입해 중간정산 퇴직금을 산정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는 등 퇴직금 중간정산제도를 도입한 사업장에서는 중간정산 이전에 미사용한 연차수당은 평균임금에서 제외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진공장 이어 “고정지급분은 통상임금”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5일 현대제철 인천·포항공장 노동자 A씨 등 631명이 현대제철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정기상여금 고정지급분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원심 일부를 확정했다. 다만 퇴직금 중간정산자에 대한 연차수당 지급에 관한 부분은 파기하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소송이 제기된 지 무려 10년9개월 만이다.

현대제철은 급여규정과 단체협약을 토대로 인천공장 노동자들에게 정기상여금을 매년 짝수 달과 설·추석 연휴 등에 총 8차례 지급했다. 정기상여금은 지급월의 전전월과 전월 급여 총액의 2분의 1을 기준으로 삼았다. 퇴직금에 대해선 1년 이상 근속한 경우 지급하되 퇴직금 중간정산 등 구체적 지급방법은 별도로 노사가 합의한 퇴직금 규정에 따르도록 했다. 그런데 회사는 정기상여금을 제외한 채 통상임금을 산정해 법정수당과 월휴수당을 지급했다.

노동자들은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계속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해진 고정적인 임금”이라며 2013년 4월 소송을 냈다. 또 퇴직금 지급시 미지급 법정수당을 포함해 계산한 평균임금을 기초로 미지급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했다. 청구기간은 2010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였다.

1·2심은 노동자들 손을 들어줬다. 정기상여금 ‘고정지급분’은 소정근로의 대가라고 판단했다. 특히 퇴직금 중간정산자도 미사용 연차휴가수당을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중간정산이 이뤄진 연도에 대한 근로 대가로 다음해 주어진 연차휴가수당 중 원고들에 대한 평균임금 산정기간인 3개월의 근로에 대한 부분인 미반영 연차휴가수당은 평균임금을 산정할 때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연차휴가수당 청구권은 전년도에 근로를 제공하면 당연히 발생하는 것으로서, 해당 연도가 아니라 전년도 1년간 근로에 대한 대가라는 취지다.

대법원 “발생 여부 미확정, 평균임금 산입 안 돼”

반면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지난 11일 현대제철 당진공장 노동자들의 통상임금 소송과 동일하게 정기상여금 고정지급분은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현대제철 대리인이 ‘퇴직금 중간정산자 미반영 연차수당’ 부분을 상고이유로 제시하면서 이 부분 판단은 엇갈렸다. 쟁점은 ‘중간정산일 다음해의 연차휴가일수를 기준으로 계산해 3개월(평균임금 산정기간)에 해당하는 액수’를 퇴직금에 반영할 수 있는지였다.

대법원은 “평균임금 산정기간의 근로에 따라 취득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아 발생하는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은 퇴직금 중간정산 당시에는 아직 발생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으로 정하지 않는 한 이를 평균임금에 산입해 중간정산 퇴직금을 산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발생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던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하급심이 중간정산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평균임금에 산입하는 오류를 범했다는 것이다.

금속노조 인천지부 현대제철지회(지회장 최정식)는 선고 직후 판결을 환영했다. 최정식 지회장은 “오늘 판결을 통해 노조가 청구한 체불임금이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받았다”며 “현대제철은 현대제철 인천·포항 조합원에게 체불임금과 11년에 달하는 지연이자를 즉각 지급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법조계는 연차수당은 근로 제공의 대가인데도 이를 평균임금에서 제외하면 퇴직금 중간정산자에게 불이익이 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조를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는 “대법원 판단대로라면 중간정산을 하지 않고 퇴직하는 노동자는 연차수당까지 포함해서 퇴직금을 받게 되고, 중간정산을 하면 받지 못하는 결론이 나온다”며 “연차휴가수당 청구는 전년도에 근로하기만 하면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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