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실 제공영상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이 다섯 번째 민생토론회 일정에 불참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면 충돌한 파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관계가 금이 가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 주재하던 민생토론회
시작 30분전 ‘불참’ 통보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오전 서울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인재캠퍼스에서 ‘생활규제 개혁’을 주제로 열리는 5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일정에 회의 시작 30분을 앞두고 돌연 불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의 불참 이유로 감기 기운이 심해 민폐가 될 것 같아 참석이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생토론회는 국민과 정부 사이에 있는 콘크리트 벽을 깨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에 따라 국민과 함께 새해 업무 보고를 하는 자리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열렸던 민생토론회를 모두 직접 주재했다. 이날만 갑작스럽게 회의를 앞두고 불참을 통보한 것이다.

윤 대통령의 불참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21일 이관섭 대통령실 비서실장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만나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대위원장이 지난 17일 김경율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깜짝 발표한 것을 두고 대통령실이 유감을 표시한 것의 연장선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 사퇴 요구 보도에 대한 입장’을 통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며 사퇴 거부의 뜻을 공개했다. 이날 국회 출근길에서도 기자들을 만나 같은 입장을 표했다.

당내 공천 주도권 둘러싸고 당정 관계 냉각

이런 갈등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권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총선 과정의 총지휘자와 대통령실이 공개적으로 공천 주도권을 두고 힘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이야기다. 당초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의 비대위원장 추대는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법의 재의요구권 행사로 대통령이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당내 총선 공천권을 잡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뜻이 담겼는데, 한 비대위원장이 대통령의 뜻에 반해 움직이는 데에 대통령실이 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비대위원장 거취 문제는 용산이 관여할 일이 아니다”며 “기대와 신뢰 철회 논란과 관련해서 이 문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 공천에 대한 대통령의 강력한 철학을 표현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당무개입 논란이 될 수 있는 한 비대위원장 거취에 대해 입장을 표했다는 사실은 부정했지만, 한 비대위원장 주도 공천에 대통령실이 불만 있다는 사실은 숨기지 않고 강조한 셈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대통령실과 김건희 여사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며 선을 긋고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놓고 ‘함정 취재’라는 입장을 표했지만, 김경률 비대위원은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된 것은 국민 감정을 폭발시킬 것이니 국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전후 과정에서 분명히 아쉬운 점이 있고 국민이 걱정할 만한 부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국민 눈높이에서 생각할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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