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지회장 이기로)가 11일 오전 통상임금 소송 대법원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홍준표 기자

현대제철 통상임금 집단소송에서 노동자 승소가 확정됐다. 11년여 만의 사법부 최종 결론이다. ‘정기상여금=통상임금’ 판례가 확립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에서는 근로시간 면제자(풀타임)에 대한 법정수당 청구가 처음으로 인정됐다. 하급심에 계류 중인 후속 소송(2·3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고정지급분’ 통상임금성 법리 공방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일 현대제철 노동자 A씨 등 2천83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회사 상고를 기각해 사실상 노동자들의 승소가 확정된 것이다. 회사는 노동자들에게 지연이자를 포함해 약 785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사건은 무려 14년 전인 2010년께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제철은 정기상여금의 ‘고정지급분’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각종 수당을 지급했다.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액으로, 휴일·야간·시간외 근로수당 산정의 기초가 된다.

노동자들은 고정지급분을 포함해 통상임금을 재산정한 통상임금을 기초로 그동안 받은 수당과의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라며 2013년 5월 소송을 냈다. 아울러 단체 상해보험료와 문화행사비, 하계건강지원비, 중간정산 퇴직금 미반영 연차휴가수당도 평균임금에서 제외됐다며 이를 포함해 재산정한 퇴직금의 차액을 요구했다. 임금이 미지급된 기간은 2010년 4월부터 2013년 3월까지였다.

그런데 소송 제기 이후인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이른바 ‘갑을오토텍 임금 사건’이 선고되며 기류가 바뀌었다. 1심은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며 정기상여금 고정지급분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정기상여금 고정지급분은 일정한 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지급이 확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다만 ‘변동지급분’은 근로 상황에 연동해 지급액이 결정돼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근로시간면제자 수당 청구’ 첫 인정

법원은 이를 전제로 월휴수당과 시간외 수당 등이 법정수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나아가 매달 10만원 상당의 복지포인트를 부여한 문화행사비와 체력단련비, 단체상해보험료, 하계건강지원비도 근로의 대가로서 평균임금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했을 때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된다는 사측의 ‘신의칙’ 주장도 배척했다. 철강산업의 불확실성이 있지만, 이로 인한 손실이익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고 봤다.

2심도 유사한 취지로 판단했다. 나아가 일부 수당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고정지급분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상여금 중 ‘보전수당(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보전해 주기 위해 지급되는 금액)’과 가족수당이 이에 해당한다.

주목할 부분은 ‘근로시간면제자(풀타임)가 미지급 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지’다. 재판부는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동종·유사 업무 종사자에게 고정지급분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야간수당을 지급하고 있으므로 노조 전임자에게도 같은 잣대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근로시간면제자에 대해 기존 통상시급에 기초해 산정한 야간근로수당만을 지급하는 경우 근로시간면제자가 노조업무를 수행한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면서도 이를 야간근로시간의 산정에 있어서는 달리 보는 것이 되는데 이와 같이 해석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 판단 기다린 후속 소송, 급물살 전망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쟁점으로 △보전수당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 △월휴·공휴수당의 근로기준법상 휴일근로수당 해당 여부 △근로시간면제자(풀타임)의 야간근로수당 청구 가능 여부 등이 올랐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법리오해의 잘못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이 판결을 확정하면서 후속 소송에도 파장이 전망된다. 현대제철 노동자들 4천41명은 2013년 5월~2017년 8월까지의 기간에 대한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내 2심이 진행 중이다. 2017년 9월~2022년 5월 기간에 대한 3차 소송도 2심이 진행되고 있다. 모두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는 중이다.

현대제철 노동자들은 통상임금 분쟁이 마무리되길 희망했다. 이기로 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지회장은 선고 직후 “현대자동차와 금호타이어 등 이미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인정한 판결이 있는데도 판결이 오래 걸려 안타깝다”며 “이번 대법원 판결을 통해 2·3차 소송이 조속히 마무리돼 노사 간 대립이 없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을 대리한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는 “상여금 중 일부 구성요소가 그 자체로 통상임금이 아닌 경우에도 고정지급분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인정된 데에 의의가 있다”며 “근로시간면제자(풀타임)에게도 임금 차액 청구를 인정한 것이 향후 소송에서도 확립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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