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산재환자를 ‘나이롱’이라 부르며 증거도 없이 ‘카르텔’을 잡겠다고 산재보험 제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 노동안전보건 전문가들이 5차례 걸쳐 문제점을 짚는다. <편집자>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 정우준 노동건강연대 사무국장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발표한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에서 산재보험 부정수급으로 산재보험기금의 재정건정성이 악화된다며 117건, 60억원의 부정수급 사례를 증거로 내놓았다. 하지만 노동부의 이야기대로 노동자들이 산재보험을 부정하고,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산재보험 이용현황과 거리가 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확인한 산재은폐 및 미신고 적발 건수는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총 15만6천539건에 달한다. 2022년 5만1천800건으로 최대 건수를 기록했고(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같은해 1~8월까지 4천450명의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당했는데도 산재보험을 이용하지 못했다(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마저도 빙산의 일각이다.

장기요양 환자에 대한 노동부의 문제 제기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노동부는 산재보험을 오래 이용하는 노동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산재보험이 장기간 치료가 필요한 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할 수밖에 없도록 노동부가 제도의 문턱을 만들어 놨기 때문이다. 한겨레21과 노동건강연대가 2014년부터 2019년 7월까지 ‘건보 산재은폐 환수자료’를 확인한 결과 환수금액의 98.4%가 3개월 이하의 요양이 필요한 사람들이 받은 급여였다. ‘2018년 산업재해 현황분석’에 따르면 전체 재해자 중 3개월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재해자는 57.9%에 달한다. 일상적인 산재를 제도에서 배척하니 재해를 만들어낸 원인이 개선되지 않아 더 큰 재해로 이어지고, 큰 재해를 당해야만 겨우 산재보험 승인이 가능하니 장기요양환자의 비중이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잡아야 하는 도둑은 따로 있다. 하지만 2019~2022년 노동부가 산재를 은폐해 처벌한 건수는 41건, 산재를 신고하지 않아 처벌한 건수는 3천805건에 불과하다. 정부가 방관하고 있는 동안 2017년부터 2022년 8월까지 반복적으로 2천32건의 산재를 은폐해 건강보험으로 처리한 기업까지 생겼고(한정애 의원), 2022년 한 해에만 산재가 줄어들었다며 기업에게 7천500억원을 돌려줬다. 뿌리 뽑아야 하는 것은 산재를 일으키고 산재를 숨기는 ‘기업’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브리핑에서 산재보험의 역할에 대해 재해노동자와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라는 목적보다 “업무상 재해를 당한 근로자를 위한 사업주의 손해배상”을 먼저 거론했다. 산재보험을 이용하는 노동자들이 증가하자 기금을 내는 기업의 아우성을 받아들여 몇 안 되는 부정수급을 말하며 ‘기업 손해사정사’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하지만 산재보험은 기업이 재해노동자에게 시혜적인 보상을 하기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다. 국가와 사회가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위험에서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는 ‘공적 보험’이 산재보험이다.

정부가 사회보장기본법이 규정한 사회보장급여 수준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 사이 산재보험은 아프고 병에 걸린 노동자의 노력으로 조금씩 나아졌다. 재해노동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아픈데도 참고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산재보험이 다가갈 때 “공정과 상식에 맞게 운영되는” 산재보험이 비로소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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