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21시간30분까지 일해도 된다는데요.” 나는 무슨 말인가 했다. 1주간에 12시간까지로 제한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53조의 연장근로 제한규정이 1일 근로(초과)에는 적용되지 않고 1주간 근로(초과)에만 적용된다고 대법원 판결이 선고됐다며 한 방송사 기자가 전화를 해서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대법원 판결로 이제 이 나라에서는 사용자가 노동자를 이렇게 21시간30분 동안 장시간 근로를 시켜도 되게 됐다고 전문가들이 분석하고 있다고 기자는 말했던 것이다.

“21시간30분이 아니라 24시간, 30시간, 그 이상까지도 계속해서 일해도 된다는 것인데요” 기자가 전하는 대법원 판결 내용과 그에 대한 전문가 분석을 듣자니 그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 파악이 됐다. 그래서 나는 시큰둥하게 이렇게 대꾸했던 것이다.  대법원이 판결한 대로 1주간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에만 12시간 연장근로 제한이 적용되고, 1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에는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면, 1주간에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사용자는 근로자를 계속해서 사용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이니 21시간30분이 아니라 52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21시간30분까지라는 말에 조금은 짜증이 났던 것이다. 21시간30분은 1일을 단위로 최장의 근로시간을 파악한 것이다. 이는 4시간 근로에 30분, 8시간 근로에 1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해야 하기에 1일 24시간에서 2시간30분의 휴게시간을 제외한 근로시간인 것이다. 그래서 하루에 최장 21시간30분까지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분석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렇게 분석하고 말해서는 이번 대법원 판결 법리에 따르게 되면 이 나라 노동자가 얼마까지 장시간 근로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1일을 단위로 파악될 뿐이니 말이다. 단순히 1일을 단위로 파악하면, 1일 근로에도 12시간의 연장근로 제한규정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본다면 1일 최장 20시간까지 하는 것인데 대하여, 대법원 판결로 그 제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본다면 1일 21시간30분까지 하는 것이라서 1시간30분 더 한다고 보여준다. 그러나 1일을 넘어서 하나의 근로시간으로 파악하면, 그 제한규정이 적용되는 경우 1일 20시간까지인데 대하여 대법원 판결로 그 제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경우에는 24시간, 30시간 이상까지 얼마든지 장시간 근로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보여주게 된다. 1주간에 52시간을 초과하지 않는 한 말이다. 이렇게 나는 이번 대법원 판결을 평가하면서 이제 21시간30분까지 일해도 된다는 말이 적절치 않다고 여겼다.

2. “당사자 간에 합의하면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50조의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근로기준법 53조1항).” ‘연장근로의 제한’이라는 제목의 바로 이 규정의 해석을 두고서 대법원 판결은 ‘1주간에’라는 규정문언을 중시해서 1주간에 총 12시간 연장근로을 포함해서 52시간까지는 당사자 간 합의해서 사용자가 노동자를 사용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1일 연장근로를 얼마를 했든 따지지 않고 1주간에 52시간까지면 된다는 판결한 것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1주간의 연장근로가 12시간을 초과하였는지 여부는 근로시간이 1일 8시간을 초과하였는지를 따지지 않고 1주간의 총 근로시간 중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만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예를 들어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 4일 근무제 사업장에서 매일 12시간씩 일하는 경우 매일 4시간씩, 1주간에 16시간 연장근로를 하는 것인데, 대법원 판결은 1주간에 52시간을 초과한 것이 아니라며 위 근로기준법 53조1항 위반으로 사용자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 즉 사용자는 무죄라는 것이다.

그런데 연장근로를 제한하는 위 근로기준법 53조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50조를 살펴보자. 분명히 위 53조1항에서는 50조의 근로시간을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니 50조가 1주간의 근로시간에 관해서 규정한 것이 살펴봐야겠다. “1주간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40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근로기준법 50조1항), “1일의 근로시간은 휴게시간을 제외하고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동조 2항). 이렇게 근로기준법 50조는 1주간의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1일 근로시간에 관해서도 규정한 것이다. 바로 이러한 근로시간에 관하여 1주간에 12시간까지만 연장근로를 할 수 있도록 연장근로를 제한한 것이 근로기준법 53조1항인 것이다. 따라서 53조1항에서 1주간에 12시간까지로 제한한 연장근로에는 50조2항의 1일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1주간에 50조1항의 1주간 40시간의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도 12시간까지로 제한될 뿐만 아니라, 50조2항의 1일 8시간의 근로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도 12시간까지로 제한되는 것이라서 매일 1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 모두를 합해서 1주간에 12시간을 초과한다면 연장근로를 제한하는 근로기준법 53조1항 위반이다.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처벌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대법원 판결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며 사용자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이니 타당하지 않다.

연장근로의 제한에 관한 근로기준법 53조1항은 단순히 연장근로의 한도를 제한하는 법규정이 아니고,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법규정이다. 이 나라에서 근로시간에 관한 법제도는 50조에서 1일 8시간, 1주간 40시간으로 근로시간제도를 규정하고, 53조1항에서 당사자 간 합의로 이를 1주간에 12시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보면, 연장근로는 50조 근로시간의 예외로서 당사자 간 합의로 53조1항을 통해서 허용한 것이다. 이에 따라 1일 8시간을 초과해서 하는 연장근로도 이러한 53조1항에 의해서 허용되는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대법원 판결은 형사처벌에 있어서는 법규정을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53조1항의 ‘1주간에’를 중시해서 판단했다. 그러나 1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도 53조1항에 의해서 허용되는 것이고, 헝사처벌에 있어서는 그렇지 않다고 해석될 수는 없다. 더구나 근로기준법 56조에서는 이 53조에 따른 연장근로에 대해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일 8시간을 초과한 연장근로에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는 것에 이견이 없다면 53조1항에서 규정한 50조의 근로시간에는 50조1항뿐만 아니라 2항도 포함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3. 근로기준법 50조의 법정근로시간을 두고서 기준근로시간이니 뭐니 하면서 최장의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식으로 주장하고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법은 분명하게 “…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사용자는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110조1호). 이 나라 노동자의 최장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법정근로시간, 노동제라고 보아야 한다. 연장근로를 규정한 53조1항은 이러한 법정근로시간의 예외로서 연장근로를 허용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근로기준법은 유감스럽게도 ‘당사자 간 합의’로 법정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자와 사용자가 합의하기만 하면 그것이 근로계약, 단체협약, 취업규칙과 관행 등 무엇이라도 1주간에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해석해 왔던 것이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대법원은 판결해 왔다. 이것은 50조의 근로시간이 근로계약, 단체협약, 취업규칙과 관행 등 당사자 간 합의 없이 사용자가 강제로 노동자를 사용하는 근로시간을 제한하는 것이라는 보는 전제에서나 가능한 해석이다. 노동제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된 엉터리 해석이고 판결이었다. 우리는 노예제를 살고 있지 않다. 이 나라 노동자는 노예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나라에서는 노동자를 노예로 취급해서 50조의 법정근로시간제를 무시하는 해석과 판결을 해 왔던 것이다. 50조의 근로시간은 노동자와 사용자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에 관해서 최장 한도를 정한 법정근로시간이다. 여기서 당사자 간 합의는 근로계약, 단체협약, 취업규칙, 관행 등 무엇이든 다 해당한다. 이렇게 50조의 근로시간은 당사자 간 합의로 정한 근로시간을 규제하는 것이라서, 그 예외로 규정한 53조1항에서 당사자 간 합의는 이러한 50조의 근로시간을 정하는 당사자 간 합의와는 다른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무엇일까. 근로계약, 단체협약, 취업규칙, 관행 등으로 사전에 정할 수 없는 경우, 즉 긴급한 사정 발생 등 당사자 간에 사전에 예상할 수 없는 경우라고 보는 것이 맞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50조의 근로시간제는 53조에 의해서 법으로서 존재를 잃게 된다. 이는 오늘 이 나라에서 50조가 어떤 지경인지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기껏해야 53조의 연장근로의 기준이 되는 시간 정도의 취급만 받고 있다. 바로 이러한 취급을 바탕으로 해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서 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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