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5월1일 노동절 아침 양회동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이 분신해 이튿날 사망했다. 고 양 지대장은 가족과 정당, 동료들에게 남긴 유서에 “정당하게 노조 활동을 했는데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도 아니고 업무방해 및 공갈이라고 한다”며 “노동자를 자기 앞길의 걸림돌로 생각하는 못된 놈 꼭 퇴진시키고 노동자가 주인 되는 세상을 만들어 달라”고 썼다.

고 양 지대장의 죽음은 윤석열 정부 ‘건폭몰이’의 결과다. 2022년 집권 초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과 두 차례의 화물노동자 파업을 겪은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말부터 건설노동자를 향한 포위망을 좁히기 시작하더니 지난해 12월8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200일간 건설현장 특별수사를 시작했다. 건설노조의 중앙 단체협약과 건설현장 업체와의 단협을 채용비리로 몰고, 노조의 쟁의행위를 위력 행사로 해석하는 무리한 방식의 수사가 진행돼 민주노총 건설노조에서만 1천명 이상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들이 건설현장 사용자들을 상대로 ‘답정너’식 수사를 한 사실도 밝혀졌다. 고 양 지대장 역시 이런 수사를 받고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분신했다.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윤석열 정부의 건설노조 수사가 무리했다는 결과가 속속 드러났다. 업무방해·공갈 등을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건설노조 조합원 47명 가운데 절반이 기각됐다. 재판에서도 다수 조합원이 집행유예를 받았다. 국토부가 건설현장 태업을 처벌하겠다며 타워크레인 조종사 25명(건설노조 조합원 기준)에게 ‘성실의무 위반’ 통지를 내렸지만 이 가운데 23명은 행정처분 심의위원회에서 기각·불처분 됐고 1명은 지방국토관리청이 자체 처분을 철회했다. 유일하게 1명만 경고 통보를 받았다.

고 양 지대장 분신은 민주노총이 윤석열 정권 퇴진 구호를 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다. 민주노총은 고 양 지대장 분신의 책임을 윤희근 경찰청장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그리고 궁극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에게 물었다.

윤석열 정부가 건폭몰이에 몰두한 사이 건설산업은 늪으로 빠지고 있다. 전쟁 등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으로 원자재값이 상승했음에도 공사비가 낮아 원·하청 간 갈등이 커졌고,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공사 발주량이 줄면서 건설업체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 정책을 내놔야 할 원 장관은 내년 총선 출마 준비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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