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공사 금액에 따라 건설현장 안전보건 활동의 질이 현격하게 갈리고 있다는 현장 노동자·안전보건관리자·전문가의 진단이 나왔다. 일용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위험성평가는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작업중지권은 언급조차 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동북권·서남권 서울특별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18일 이 같은 증언이 담긴 ‘건설업 종사자 산업안전보건 현장시선 모니터링 보고서’를 발간했다. 건설현장 안전·보건 현황과 문제점을 종사자 시각에서 파악하고, 전문가 의견을 종합해 개선방안을 보고서에 담았다. 일용직 노동자(이주노동자 포함), 건설현장 안전·보건관리자, 전문가 등 모두 65명을 인터뷰했다.

일용직 노동자는 위험성평가라는 용어 자체를 생소하게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동자 참여로 이뤄지는 현장의 위험성평가가 건설현장에서 미흡하다는 증거다. 작업중지권은 언급조차 못하는 분위기가 여전했다. 위험한 상황을 알리고 안전조치를 요구하면 “집으로 돌아가라”는 협박을 듣기 일쑤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익명으로 위험 상황을 알리고, 즉각 조치가 가능한 신고센터나 불시에 현장을 살피는 암행감찰단 운영을 원했다.

일용직 이주노동자의 진단도 다르지 않았지만 다쳤을 때는 내국인과 다른 처지에 놓이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경우 크게 다쳐도 치료는커녕 임금체불 등 부당함에 문제 제기조차 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안전·보건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800억원 이상 현장과 미만 현장을 기준으로 답변이 엇갈렸다. 800억원 이상 현장의 관리자는 위험성평가를 잘 실시하고 있고, 작업중지권 사용이 가능하도록 현장 곳곳에 무료전화번호를 비치하는 등 관리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800억원 미만 현장 관리자는 노동자 참여 위험성평가는 어렵고 대부분 서류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중대재해 발생으로 작업중지가 나오면, 이후 작업중지 기간을 만회하기 위해 무리한 공사를 진행해 위험성이 크게 상승한다고도 증언했다.

산재예방 활동 개선점을 묻는 질문에도 800억원 이상 현장 관리자는 “노동자 부주의로 인한 산재는 과실비용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800억원 미만 현장 관리자는 “공사업무를 겸하는 경우가 많고, 공정 변경 상황을 (회사에서) 알려주지 않는 경우가 많아 공정별 안전관리에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장 의견을 토대로 위험상황 신고센터 운영, 암행감찰단 시스템 도입, 건설노동자 대상 건강관리수첩 제도 도입, 안전보건관리비 보장 방안 등의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두 곳의 서울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는 발간사에서 “모든 건설현장의 모습을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산재예방 대안을 마련하는 데 거름이 되길 기대한다”며 “우리사회도 이제는 외형과 실적을 중시하는 문화에서 벗어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챙기는 풍토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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