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본소득당>

‘자살 산재’ 절반 이상은 직장내 괴롭힘과 과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저연차일수록 괴롭힘과 과로가 자살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10년차 미만에서 직장내 괴롭힘·과로 자살 높아

이양지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는 1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2년 산재 자살 현황 국회토론회’에서 2022년 업무상질병판정서 전수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전수분석은 직장갑질119의 권남표 공인노무사(하라노동법률사무소), 기본소득당 노동안전특별위원장인 최승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삶)가 분석했다. 토론회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주관하고 직장갑질119와 기본소득당 노동안전특별위원회, 용혜인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분석 대상은 지난해 자살 산재신청 97건 중 업무상질병판정서를 입수한 85건이다. 이들 중 산재 승인은 39건, 불승인은 46건이었다. 산재가 승인된 39명의 자살 사유 1위는 ‘직장내 괴롭힘·성희롱’으로 13건(33%)이다. ‘과로’는 10건(26%), ‘징계·인사처분’이 8건(20%), ‘폭행’은 2건(5%)을 기록했다. 이양지 노무사는 “기타 사유들도 많고 여러 요인이 중첩돼 분석에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근속연수별로 보면, 승인사건의 경우 ‘직장내 괴롭힘·성희롱’은 10년차 미만이 9명(69%)으로 가장 높았다. ‘과로’는 10년차 미만이 7건(80%)이다. 괴롭힘·성희롱과 과로로 인한 자살 산재는 저연차에게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의미다. ‘징계·인사처분’은 승인사건을 놓고 보면 10년차 미만 직장인이 4건(50%), 10년차 이상 직장인이 4건(50%)으로 비슷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이 직장내 괴롭힘 관련 문제제기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자살 산재 신청건수 중 직장내 괴롭힘이 차지하는 비율은 법 시행 이전 20%에서 시행 이후 27%로 올랐다.

다만 자살 산재 판정 건수는 경찰청이 ‘직장 또는 업무상 문제로 인한 자살’로 분류한 건수보다 적었다. 이 노무사는 “경찰청 통계 대비 자살 산재 신청 인원은 2020년 23%, 2021년 37%, 2022년 36%로, 비중이 해마다 늘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 자살 산재는 은폐되거나 산재를 주장하지도 못하고 현실”이라고 해석했다.

“직장내 괴롭힘 인정 범위 더 넓혀야”
“괴롭힘 진위 판단에 너무 많은 시간 들어” 비판도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를 근거로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직장내 괴롭힘 관련 제도개편 방향을 우려했다. 권남표 공인노무사는 85건 중 15건의 사례를 상세히 분석한 뒤 “고인들은 생전에 노동부가 괴롭힘을 인정하고 시정명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장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했다”며 “괴롭힘 인정 잣대를 높일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괴롭힘 조사를 더 엄격하고 신속하게 하도록 괴롭힘 인정범위를 더 넓히고,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사명령·징계 자살을 막기 위해 “사용자의 인사조치에 적절한 문제제기 기회를 노동자에게 보장해야 하며 노동조합과 같은 민주적 결정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직장내 괴롭힘이 자살에 미치는 영향을 빠르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여진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들이 괴롭힘의 진위를 판단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소모하지 않도록, 조사 결과가 나온 후 심의 일정을 잡는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며 “괴롭힘이 나쁜 상사를 잘못 만난 불운으로 간주하지 않도록 괴롭힘의 조직적 요인에 대한 문제 제기가 질병판정위 안팎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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