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방송작가 5명 중 1명은 일할 때 계약서조차 쓰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서를 써도 계약기간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은 경우가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사 편성 변경에 따른 결방시 편당 임금을 받는 작가들의 임금 손실 문제도 여전했다.

계약서 써도, 절반가량 계약기간 미설정
결방 따른 임금 손실 월 133만5천원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방송작가 고용구조 실태,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서 지난 6~24일 방송작가 324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 실시 결과를 발표했다. 토론회는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와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가 공동 주최했다.

방송작가 월평균 소득은 269만원으로 조사됐다. 교통비로 월평균 17만9천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대, 통신비 같은 업무상 지출비용을 제외하면 월 소득은 251만원 정도가 되는 셈이다. 일주일 평균 5.3일 일하고(일주일 평균 야근 2.4일) 하루 평균 8.4시간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 5명 중 1명(20.1%)은 계약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방송사별로 보면 방송 3사(KBS·MBC·SBS)나 정부 유관 방송사, 종편·케이블 등이 아닌 ‘그 외 방송’의 경우 계약서 미체결 응답자가 31.3%로 가장 높았다. 국회방송·아리랑TV 등 정부 유관 방송사가 12.5%로 가장 낮았다. 프로그램별로는 시사교양이 27.4%로 가장 높았고, 보도뉴스가 5.9%로 가장 낮았다. 문화체육관광부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는 응답자는 26.8%에 불과했다.

제작사나 방송사와 서면 계약을 체결해도 문제는 남아 있다. 계약기간을 명시한 경우가 응답자 절반(46.3%)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결방 관련 내용이 계약서에 포함돼 있지 않아 방송사 결정에 따른 손해는 고스란히 방송작가 몫이 됐다. 결방 등이 발생하면 보수를 평균 3.2주 늦게 받았고, 이에 따르는 임금 손실은 월 133만5천원이나 됐다.

“표준보수 기준 수립 필요” 지적도

응답자들은 주요한 정책개선 과제 1순위로 ‘프로그램 결방, 사전 종결 등 수당 지급’(100점 만점에 89.1점)을 요구했다. ‘방송사와의 단체교섭’(89점), ‘사회보험료 등 사회안전망 지원’(88.9점)이 뒤를 이었다.

방송작가지부는 계약서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체부 표준계약서에 결방료 관련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송출 전 3일 이내 발생한 편성 변경에 따른 결방시 기존 원고료 100% 지급, 7일 이내의 경우 70%, 14일 이내의 경우 50% 지급 같은 지침을 요구하고 있다. 유지향 지부 사무처장은 “명확한 업무범위, 기획된 편수와 제작기간을 명시해야 한다”며 “결방료 정의와 보전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장은 “프리랜서 계약형태와 계약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며 “낮은 보수와 저소득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표준보수 기준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휴일·휴가, 교육훈련, 장비 비품 지급, 대기시간 인정 등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해외 사례를 참고할 만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프리랜서를 노조 가입 대상에 포함하는 영국언론노조(NUJ)는 부문별·업무별 프리랜서 단가 가이드를 상세하게 제공해 프리랜서의 노동조건 협상을 지원하고 있다. 2020년 11월 10개 조항으로 구성된 ‘프리랜서 권리헌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일반 노동자와 동등한 유급병가·출산휴가·육아휴직·실업수당 보장, 공정한 용역비(fees) 및 신속하게 지급받을 권리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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