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당대표가 29일 국회 본청에 예방한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침묵하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되돌리고 있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는 상황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원칙론을 지킨다면 내년 총선 패배를 부른다는 논리다. 진보정당을 포함한 군소정당의 원내진입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른 ‘병립형 비례대표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오후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선거는 승부다.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라고 발언했다. 이 대표는 “총선에서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지금 정부·여당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라거나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 침묵하던 민주당 지도부가 병립형 비례대표제 가능성을 꺼낸 것이다.

이후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은 29일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병립형 회귀를 고민하는 의원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번 총선을 통해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무책임, 역사적 퇴행을 막아야 하는데 정반대되는 결과를 초래할 선거제도를 우리 손으로 만들어 가지고 임하는 건 용납이 어렵다”고 말했다.

30일 예정된 민주당 의원총회는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탄희 의원을 비롯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선거제 퇴행은 안 된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실시와 위성정당 설립 방지를 요구해 왔다. 이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 75명은 28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추진하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기존 지역구인 용인(정) 지역구에 불출마 선언까지 하며 선거제 퇴행을 반대하고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만큼 의석을 가져가게 하는 선거제도다. 전체 의원정수에서 정당득표율만큼의 의석수 배분받은 뒤 지역구 의원을 우선으로 채워 넣고 나머지 의석을 비례대표 의원으로 의석을 채우는 방식이다. 소선거구제에서 지역구 경쟁력이 낮은 군소정당에 유리하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과 상관없이 정당득표율에 비례해 정당별로 정해진 비례대표 의석을 나누는 방식이다. 지역구 경쟁력이 높은 거대 양당에 유리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실시했던 지난 총선에서 거대 양당은 비례대표만을 노리는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 직후 합당하는 ‘꼼수’를 썼다.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았지만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표제가 실시된다면 ‘소수 여당’으로서 이 방식을 다시 쓰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내 “회귀 가능성 높아”

진보정당 “대선 당시 약속 지켜라”

민주당 내에서는 지도부가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한 이상 의원들을 설득해 병립형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으로 이어질 의원총회는 지도부가 의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반대 목소리가 있긴 하나, 당 지도부가 방향을 정했으니 어쩔 도리가 있겠느냐”며 “당내 설득 없이 갈 수는 없으니 내일(30일) 의총에서는 지도부가 그들을 설득하는 흐름이 될 것 같고, 내일 안 되면 계속 설득할 것 같다”고 전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가정해 ‘제3지대’를 구축하는 진보정당들은 한목소리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조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이재명 대표를 예방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대표가 ‘이제는 제3·4·5의 선택이 가능한 다당제 선거제도 개혁, 정치교체 해 내겠다’고 한 연설을 기억한다”며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구호에 맞는 역사적 응답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개혁연합신당’을 추진하는 기본소득당의 오준호 공동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을 향하는 경로가 가장 현실적인 승리의 길이 되도록 해야 한다”며 “개혁연합을 달성해야 개혁을 바라는 유권자의 선거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 개혁연합이 가능하려면 병립형은 막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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