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여성민우회

최근 ‘페미니즘 사상 검증’에 또다시 고개 숙인 넥슨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넥슨이 악성 민원을 수용하면서 ‘반사회적 여성 공격 놀이’가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민우회·문화연대·양대 노총 등은 28일 오전 경기 판교 넥슨코리아 앞에서 ‘넥슨은 일부 유저의 집단적 착각에 굴복한 집게 손 억지논란을 멈춰라: 게임문화 속 페미니즘 혐오몰이를 규탄한다’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집게 손 모양이 ‘남성 혐오’라는 주장이 또다시 받아들여졌다. 일부 남성들은 넥슨이 지난 23일 공개한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 영상에서 여성 캐릭터 엔젤릭버스터가 집게 손 모양을 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영상을 만든 외주업체 직원이 SNS에서 페미니스트라고 밝혔다는 사실까지 찾아내 넥슨에 민원을 제기했다. 집게 손 모양은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상징이라는 일부 커뮤니티 주장이 수용되면서 2021년 편의점 GS25를 시작으로 각종 홍보물에서 대거 삭제됐다.

넥슨은 26일 영상을 내리고 사과했다. 해당 영상을 만든 외주업체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며 해당 직원의 작업을 중단하겠다고 공지했다. 이 업체와 협업한 던전앤파이터 등 다른 게임 운영사들에서도 줄줄이 사과문을 올렸다. 과거와 똑같은 행태다. 넥슨은 2016년 자사 온라인게임 제작에 참여한 성우가 SNS에서 페미니즘 커뮤니티 ‘메갈리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성우를 교체했다. 게임업계 사상검증의 시작이다.

넥슨이 악성 민원을 수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는 비판이 크다. 정화인 여성노조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사무장은 “여성창작자에게 페미니즘 사상검증은 매년 일어나지만 정부도 기업도 누구 하나 보호하려 먼저 나서지 않는다”며 “악성 유저들의 어처구니없는 요구사항을 들어주는게 아니라 자신의 게임을 위해 일하는 사람을 지켜줄 방법을 고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두찬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활동가는 “게임업계에서 다수의 여성노동자를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빌미 삼아 공격하고 있다”며 “모바일 게임의 성비는 남성 50.3%, 여성 49.7%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 더 이상 게임사가 특정 성별의 취향만 맞추는 것으로는 시장에서의 생존을 장담키 어려운데도 여전히 남성만이 게임을 한다는 생각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에서 “반사회적 여성 공격 ‘놀이’가 반복되는 이유는 오직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주체인 기업이 이들을 소비자로서 승인하고 힘을 키워줬기 때문”이라며 “변함없이 무책임하고 악의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넥슨은 마땅히 이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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