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대치동 선경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쪽이 경비노동자 절반을 해고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용역계약 입찰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서는 지난 3월 경비노동자 박아무개씨가 관리소장의 직장내 괴롭힘을 호소하면서 투신해 사망했다.

민주일반노조는 28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선경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씨가 괴롭힘 장본인으로 지목한 관리소장과 관리소장을 비호하는 입주자대표회의 전 회장이 경비원을 해고하고 노조를 무력화할 목적으로 경비업체를 교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주민투표에 의해 해임된 회장이 관리규약을 무시하고 관련 법도 지키지 않은 설문조사를 진행해 기존 76명 경비노동자 중 40명을 해고하는 내용의 경비업체 입찰을 추진 중이다”고 설명했다.

주차 관리시스템 도입 등으로 인력감축 계획

현재 선경아파트 관리는 AJ대원이 입주자대표회의와 계약을 체결하고, 다시 ㈜상우시스템에 하청을 준 방식이다. 괴롭힘 장본인으로 지목된 안아무개 관리소장만 AJ대원 소속이다. 입찰 내용을 보면 차량번호 인식 장치를 포함한 주차 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하고, 동별 경비초소를 절반 수준으로 줄여 순환 근무하는 방식이다.

입주자대표회의와 AJ대원은 이런 내용의 입찰을 지난달 5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입찰했던 용역업체들이 아파트측이 제시한 인력만으로는 경비업무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계약을 체결하지 않아 두 차례 유찰했다. 최근 실시한 3차 입찰에서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번에는 서울 강남구청이 제동을 걸었다. 입찰공고시 입주자대표회의가 제시한 용역비 산정기준을 지키지 않은 업체에 낙찰했기 때문이다.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과 공동주택관리법 위반이라며 시정을 명령했다. 입주자대표회의와 AJ대원은 조만간 4차 긴급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주인 없는 입주자대표회의, 전 회장 ‘막후’?

입찰의 절차적 문제도 거론된다. 노조는 “입찰의 근거가 된 입주자대표회의의 9월 설문조사 당시 입주자대표회의 스스로 ‘(설문조사는) 관리규약에 의한 주민 동의가 아니’라고 명시했다”며 “경비시스템을 바꾸려면 아파트 관리규약과 공동주택관리법상 주민투표가 필요함에도 절차를 무시하고 설문조사로 갈음한 것은 경비원 감원의 법적 요건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현재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은 공석으로, 전임 회장은 경비노동자 투신 사망 이후 주민투표를 통해 해임이 가결됐다. 노조는 “그럼에도 여전히 입주자대표회의를 주관하고 있다”며 “안 관리소장과 경비원 11명 등은 전 회장 해임 주민투표 당시 투표용지를 훼손하거나 수거하는 방식으로 투표를 방해해 특수절도로 검찰에 송치됐다”고 말했다.

“경비노동자 줄이면 주민 불편만 가중”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경비노동자들은 주민들에게 고용보장을 당부했다. 홍성준씨는 “경비노동자 40명이 연말에 해고를 당하면 주민들의 불편함과 비용이 가중된다”며 “분리수거부터 외관 청소, 주차관리, 택배관리, 화재관리, 엘리베이터 관리 같은 일을 하루 근무자 16명이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찰 과정에도 문제가 있어 시정명령까지 받았는데, 모든 일을 계획 없이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는 관리소장 안씨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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