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수사와 처벌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국회에서 50명 미만 사업장 적용 유예 연장을 위한 법개정까지 불거지고 있다. 적용 유예가 법률을 무력화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다.

27일 민주노총은 이런 내용을 담은 중대재해처벌법 50명(억) 미만 적용 유예 연장의 문제점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보고서에서 민주노총은 “법률 적용 대상 중대재해가 법 시행 뒤 400건이 넘지만 9월 말 기준 고용노동부의 기소의견 송치는 83건, 검찰 기소는 25건에 불과하고, 불기소 5건에 대한 사유공개도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은 “법률 전면 적용 연기는 단순한 시기 문제가 아니다”며 “대기업 중대재해는 시간 끌기와 불기소 남발로, 중소기업 중대재해는 적용 연기로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을 사문화해 법을 무력화하려는 쌍끌이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여당, 재계 “중소기업 준비 미흡”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재 사망사고를 방치한 기업운영을 범죄로 인식하고, 적극적인 산업안전보건조치를 요구하는 게 뼈대다. 그러나 정부·여당과 재계는 50명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준비가 미흡하다며 2년 추가 유예를 검토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공포 뒤 시행을 이미 3년 유예해 내년 1월27일 시행 예정이나 이를 2년 더 미루자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자의적 판단이 개입된 통계를 만들어 중대재해 사망 통계를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안전공단의 산업재해 현황 같은 통계가 있음에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 통계’라는 기준을 만들어 50명 미만 사업장 사고사망이 60% 수준이라는 주장을 한다는 것이다.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는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사업장에서 발생한 업무 중 사망사고 가운데 재해조사 필요성이 있다고 노동부 감독관이 판단한 사망사고를 집계한 통계다. 안전보건공단의 산재 발생 현황 통계가 사고 발생일과 산재승인일 간 시차가 있다는 점을 보완한다는 이유로 지난해부터 공식 집계하는 통계다.

이슈페이퍼에서 민주노총은 “해당 통계는 노동부 감독관이 재해조사 대상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한 사업장 대상 통계로 실질과 다를 수 있다”며 “산재사망 전체를 적용대상으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비춰 산업재해 현황을 살펴보면 10년간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7천138명으로 산재 사고 사망 전체 노동자의 76%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60% 발표와는 격차가 크다.

실제 산업재해 현황 분석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업무상 사고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산재 사망은 1만9천86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사고사망자는 9천380명이다. 이들 중 7천138명(76%)은 50명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사고로 사망했다.

법률 유예시 반기별 안전점검 등 기본사항도 무산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 의무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만이 아니라 재해예방을 위한 경영책임자의 기본적 조치를 규정한다”며 “법률 적용을 유예하는 것은 6개월에 1회 안전점검과 안전교육 실시 점검, 재해발생시 재발방지대책 수립 같은 기본 조치 적용을 연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실상 산재예방 사각지대에 방치한다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시 50명 미만 사업장에 부과되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부담도 실상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중소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 어렵다며 적용 연기를 주장하지만 실제 적용에서는 전담조직 구축이나 안전보건관리자 활동보장, 용역시 기준 마련 등은 모두 적용하지 않거나 일부만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위험성평가 역시 체크리스트 방식으로 실시할 수 있고 업종별 매뉴얼도 있다”며 “다수 전문가들이 적용 유예 연장은 기업에 잘못된 신호를 주게 되므로 법을 시행하면서 실효성 있는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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