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정부가 노동조건 개선 없이 인력 부족 업종에 이주노동자를 밀어 넣으려 한다는 비판에도 이주노동자 16만5천명을 도입하기로 했다. 양대 노총은 노동시장 생태계 파괴 정책을 졸속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2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40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도입규모와 신규허용 업종 확대 방안 등을 심의·의결했다. 내년 방문동포비자(H-2) 규모는 25만명으로 유지하고, 비전문 취업비자(E-9) 16만5천명으로 늘린다. 올해(12만명)보다 37.5%(4만5천명) 늘어난 규모다.

음식점업과 임업, 광업 등 3개 업종에 E-9 비자 고용을 신규로 허용한다. 전국 100개 지역 한식당 주방보조 업무에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게 한다. 5명 미만 사업장이면서 업력 7년 이상은 이주노동자 1명을, 5명 이상 사업장이자 업력 5년 이상은 이주노동자 2명을 고용할 수 있다. 앞서 지난 1월 정부는 H-2 소지자의 고용을 전체 음식점업으로 확대했고, 5월에는 재외동포비자(F-4)에 주방보조원·패스트푸드준비원·음식서비스종사원·음료서비스종사원을 허용했다.

임업에서의 고용허가는 전국 산림산업법인과 산림용 종묘생산법인 등을 대상으로, 광업은 연간 생산량 15만톤 이상의 금속·비금속 광산업체를 대상으로 허용한다. 광업의 경우 2021년부터 H-2 고용을 허용했으나 취업자가 3명뿐일 정도로 실적이 저조하자 이번에 대상으로 E-9으로 확대했다. 임업은 이번에 처음으로 H-2, E-9을 허용한다.

당초 정부는 호텔·콘도업의 청소원과 주방보조원에 E-9으로 1천200명을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한국노총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날 회의 안건에서 일단 빠졌다.

구인난을 이주노동자 도입 확대로 해결하는 정책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기선 국무조정실장은 “외국인력 확대는 내국인이 기피하는 빈 일자리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구인난 심각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력의 추가 허용 요구가 있는데,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가 적기에 외국인력을 도입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필요시 12월에도 외국인력정책위를 개최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제조업·숙박음식업·운수창고업·도소매업을 빈 일자리 비중이 높은 업종으로 꼽고 있다.

양대 노총은 이번 정책을 “권리 없는 이주노동자 양산, 미등록 이주노동자 양산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성명에서 “내국인 노동자 재취업 유도하 방안 대신 국내 노동시장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을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며 “(노동환경 개선 없이) 빈 일자리를 이주노동자로 채워도 저임금과 장시간 노동,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방치돼 누구나 꺼리는 일자리로 다시 전락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자가 일할 수 있도록 임금과 노동조건 개선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무조건 이주노동자를 쓰면 된다는 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극히 우려스럽다”며 “앞으로도 계속 인력부족 업종은 이주노동자로 채우기만 할 것이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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