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 기자

민주노총 임원선거에 출마한 박희은 위원장 후보(기호 2번)가 경쟁상대인 양경수 위원장 후보(기호 1번)에게 노조회계 공시 결정 사과와 철회에 대한 공동입장 표명을 제안했다. 박 후보는 양 후보의 위원장 시절 노조회계 공시 결정은 노조탄압의 첫 단추를 꿴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운동기간 동안 만난 현장의 조합원은 노조회계 공시 결정은 윤석열 정권의 민주노조 억압과 노조 자주성 침해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라고 분노했다”며 “(양 후보는) 이제라도 잘못된 결정을 시인하고 함께 투쟁을 조직하기 위해 노력하자. 양 후보가 이런 제안에 진지하게 답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당초 선명한 반대에서 공시 결정으로 선회

민주노총은 노조회계 공시 요구는 노조의 자주권 침해이자 공격이라고 보고 공시 거부를 선명하게 강조했다. 회계자료 제출 요구에도 응하지 않거나 제출 범위를 최소화했다. 현장을 방문한 고용노동부 관계자를 막아서는 등 공시 거부 입장이 명확히 보였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 끝에 공시를 결정했다. 당시 결정 이유로 민주노총은 복수노조 사업장의 조합원 이탈 우려와 노조 운영 투명성에 대한 불필요한 시비 차단을 들었다.

세 차례나 진행된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에서도 초기 공시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단박에 결론이 나지 않아 회의를 이어 가는 도중에 입장 변화가 드러났다. 민주노총에 앞서 한국노총이 노조회계 공시를 결정한 것도 변수로 작용했다. 논의 결과 민주노총은 노조회계 공시를 결정하되, 공시의 근거가 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과 소득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역시 한국노총에서 공시 결정을 하면서 대안으로 내놓은 투쟁안과 일치한다. 다만 민주노총은 한국노총의 헌법소원에는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노조회계 공시 결정 이후 실제 현장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선기 민주일반연맹 교육선전실장은 “민주일반연맹은 내지조차 제출하지 말라는 총연맹의 지침을 충실히 이행했고 선도적으로 노조회계 공시 거부 입장을 밝혔다”며 “세액공제 기간은 고작해야 3개월에 불과하다. 그를 포기하고 자랑스럽게 민주노총을 지켜야 한다. 이번 노조회계 공시에서 밀리면 국회에 계류된 수많은 노동개악안이 물밀듯이 밀려올 것이다.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경수 “노조법 2·3조 거부권 저지 등 더 필요한 문제”

이날 박 후보가 양 후보에게 제안한 것은 △회계공시 수용 결정은 잘못된 것임을 인정 △임원선거 기간 내 공시 철회에 대한 공동 입장표명 △임원선거 당선자는 당선 즉시 노조회계 공시 철회 투쟁 및 노조법 개정 투쟁 전개다.

양 후보쪽은 다른 입장이다. 양 후보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앙집행위를 세 차례나 열고 논의한 사항인데 선거시점에 이런 문제를 제기해 갈등을 야기하는 것은 현장에 더 많은 분란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어 부적절하다”며 “노조법 2·3조 개정안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막아내기 위한 농성도 조직되고 있는데 이런 노동자에게 필요한 문제를 갖고 싸움을 하자고 해야지 중앙집행위에서 함께 판단한 것에 대한 이견을 부각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지적했다. 공동선언 같은 제안을 완곡하게 거절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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