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지난 9월21일 화섬식품노조 8기 임원선거 결과 신환섭(58·사진) 위원장이 다시 당선됐다. 2009년부터 3기 노조 위원장을 지낸 신 위원장은 이번 선거로 6선을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 화학섬유연맹이 해산된 만큼 화섬식품노조의 산별노조 체제 확립 이후 치러지는 첫 임원선거이기도 했다. 2004년 창립한 노조는 내년이면 20주년을 맞는다. 신 위원장은 “어떻게 변화할지 저도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동시에 “분명한 것은 산별노조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약자와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책임감을 강조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노조 사무실에서 산별노조 실질적 ‘원년’을 맞은 화섬식품노조를 이끌 신환섭 위원장을 만나 당선 소감과 향후 포부를 들었다.

“IT·폐기물 등 4개 영역에서  업종별·지역별 교섭 추진”

- 당선을 축하드린다. 소감은.
“이번 선거는 지난 선거와 달랐다. 산별노조를 완성한 이후 첫 선거였기 때문이다.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처장 외에 이번에 처음으로 부위원장도 선출했다. 여성·비정규직·IT·일반 부위원장 4명이다. 실질적인 산별노조 원년을 맞은 상황에서 힘 있게 출발할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다.”

- 화섬식품노조는 지난해 2월 화학섬유연맹을 해산하고 산별노조 체제를 완성했다. 교섭구조를 비롯해 실질적 산별노조로 나아가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 같다. 업종별·지역별 산별구조 확립을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는데.
“산별노조로 전환했다고 해도 한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산별교섭이 보장되지 않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 화섬식품노조에는 워낙 다양한 업종이 모여 있기 때문에 중앙교섭에 대해서는 (효율적일지) 고민이 필요한 것 같다. 우선 비슷한 업종끼리 묶어서 교섭을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IT와 폐기물 업종이 그렇다. 또한 KCC그룹 안에 화섬식품노조에 조직된 사업장이 7곳인데 노동조건이 비슷하기 때문에 묶어서 교섭을 추진할 수 있다. 여수를 중심으로 조직된 사내하청 노동자들도 공동교섭이 가능할 것 같다. 이렇게 4개 영역 업종별·지역별 교섭부터 시작하려 한다.”

- 구체적인 로드맵도 마련된 것인지.
“일단 단위 사업장들의 대표자들과 토론을 통해 공동안을 만들 것이다. IT 같은 경우는 노조가 만들어지고 나서 포괄임금제 문제는 거의 해소가 됐다. 새로운 공동 의제를 찾아야 한다. 공동 요구안을 마련하고 나서 교섭시기와 투쟁시기를 맞출 수 있다. 예컨대 KCC그룹 내 7개 사업장이 동시에 교섭을 시작하고 공동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동시에 조정신청을 하고 이후 투쟁으로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다. 4개 영역 중에서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공동교섭이 가장 빨리 현실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당선 이후 산별노조 확대·강화로 산업정책에도 적극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산별노조가 산업정책에 개입하지 못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투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 내기 어렵다. 석유화학업계 불황 같은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들에 대안을 만들기 위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연구결과를 교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려 한다. 업종별로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 연구할 계획이다.”

“노조 명칭 변경은 대세, 다만 지금은 아냐”

정기훈 기자
정기훈 기자

- 화섬식품노조가 포괄하는 산업이 화학·식품·섬유에서 IT·타투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명칭 변경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공감노조’로 명칭 변경을 시도했다가 부결됐는데, 명칭 변경에 대한 의견은.
“IT 조직 규모가 커졌는데, 화섬식품노조라는 이름과 IT업종이 거리가 멀어 보이는 탓에 명칭 변경에 대한 요구가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상반기·하반기 전국 순회를 돌면서 의견을 들어 본 결과 명칭을 바꿔야 한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공감노조’라는 이름에 동의하지 않는 의견도 있었지만 지난해 임시대의원대회에서 단 3표 차이로 부결됐다. 명칭 변경에 필요한 ‘3분의 2’에 가까운 의견이 찬성표를 던졌다는 것은 변화가 거스르기 어려운 대세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 조만간 다시 추진할 계획도 있는 건가.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노동의 이슈가 아닌 명칭의 이슈가 너무 길어지면 내부적으로 모여야 할 때 흩어질 수 있다. 당분간은 명칭 변경보다는 노동이나 사회 이슈와 관련해 노조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를 중점에 둘 것 같다.”

- ‘조합원 5만 달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그간 판교를 중심으로 한 IT 사업장이 조직됐는데 구로쪽에도 IT 사업장이 많아 전략조직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수국가산단을 중심으로 한 사내하청 조직도 주력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가 조직할 수 있는 제조업 분야는 최근 인력증원 없이 공장 규모를 키우는 방향으로 투자가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조직화가 쉽지 않다. 때문에 제조업 안에서도 사무직·기술직 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데 힘쓰고 있다.”

“조합비 1% 기금 조성, 노동권 사각지대 지원할 것”

- 불안정 노동자에 대한 연대·지원 강화와 시민사회 연대활동 활성화도 공약에 포함됐다.
“‘시민과 함께하는 노동’을 위해 지난해부터 조합비의 1%를 사회연대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1년에 1억원 넘는 기금이 모인다. 노조 밖에 있는 불안정 노동자와 소외계층 등을 지원한다. 올해 전태일재단이나 비정규노동센터·아름다운재단 등을 지원했고, 이태원 참사 등이 발생했을 때에도 사회적 연대를 위해 나섰다. 노동권 사각지대, 사회적 약자를 도외시하면 ‘기득권노조’라는 프레임을 자인하는 셈이다. 연대는 산별노조의 의무이기도 하다.”

-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화섬식품노조는 어떻게 대응해 나갈 계획인지.
“개별 사업장의 문제, 산업의 문제라기보다 윤 정부는 노조의 근본적인 부분을 흔들고 있기 때문에 민주노총과의 연대가 중요하다. 임단협 투쟁은 임단협대로 하고, 대정부 투쟁은 민주노총 투쟁에 적극 함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

- 민주노총 회계공시 결정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노조탄압의 일환인 데다 정부 입맛에 맞지 않으면 겁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수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설령 공시를 한다고 해도 자주적으로 하면 되는 문제이지, 정부 방침에 따라 수용하는 형태는 맞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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