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외국인투자기업이 투자하기로 한 금액 중 실제로 얼마나 이행됐는지를 따져 보니 1970년대 80% 수준에서 2020년대 6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50년간 한국에 투자한 외투기업 가운데 60% 정도가 철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복되는 먹튀 문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묻지마식 외자 유치’가 아니라 고용 보장과 지속가능성에 중점을 둔 전략적 유치가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부설 민주노동연구원은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외국인투자기업 현황분석과 노동의 대응 정책연구 토론회’에서 8개월간 진행한 외투기업 관련 연구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정의당 노동위원회, 우원식·박주민·이용빈·김정호·이동주·박홍근·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은주·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공동주최했다.

투자약속 준수율 80%→60% ‘뚝’
지난 50년간 외투기업 최대 60% 철수?

이한진 민주노동연구원 연구위원 발제에 따르면 외투기업의 투자약속 준수율은 1971~1980년 79.8%에서 1981~1990년 73.8%, 1991~2000년 66%, 2001~2010년 64.5%, 2011~2020년 61.8%, 2021~2022년 62.1%로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투자약속 준수율이란 ‘도착 기준’에 의한 투자금액을 ‘신고기준’ 투자금액으로 나눈 값으로, 투자 의향 대비 실 투자금액 비중을 의미한다. 특정 시점에서 투자 약속이 얼마나 이행됐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이한진 연구위원은 “준수율이 낮다는 것은 투자를 줄였거나 취소 또는 철회한 사례가 많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971~2022년까지 외국인직접투자 신고기준 누계액은 4천330억달러다. 이 중 투자가 실제로 집행된 도착기준 누계액은 2천742억달러로, ‘투자약속 준수율’은 63.3%에 불과했다.

이 연구위원이 분석한 바에 따르면 1971년부터 2021년까지 투자가 실행된 총 외국인투자 업체는 총 3만8천893개였는데 2021년 말 현재 존속하는 기업은 1만5천257개에 불과했다. 기업체수로는 2만3천636개(총 투자업체의 60.8%)가, 투자액으로는 961억800만달러(총 투자액의 37.6%)가 사라진 것이다. 연평균 최대 463개 업체가 자본 철수를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외국인직접투자는 동일업체에 대한 중복 투자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실제 철수 업체수는 추정치보다 적을 수 있다.

“외투기업 규제 위한 패키지법안 필요”

투자약속 준수율 현황이나 철수 사례 등을 고려했을 때 무조건적인 외자 유치가 아니라 전략적 관점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실장은 “‘묻지마 외국인투자 허용’식으로 무분별한 외자 도입에 따른 론스타 사태나 쌍용차 기술먹튀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외투기업에 대한 사전·사후적 규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외국인투자 촉진법(외국인투자법)만 개정할 게 아니라 ‘외투기업 규제를 위한 패키지법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패키지법안은 근로기준법·상법·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채무자회생법) 개정안이다. 정리해고 과정에서 과반수 노조 동의를 요건으로 하도록 하고, ‘먹튀자본’을 방지하기 위해 폐업 등에 노조 포함 노동자의 참여권·동의권을 제도화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를 준비 중이다.

외투기업 관련 노사정 협의 채널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임동근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사무처장은 “1980년대 싱가포르 경제를 제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재편할 당시 이뤄진 기술향상 훈련과 재훈련 정책들을 위해 마련된 기술개발기금(SDF)은 노사정 3자가 협의해 운영했다”며 “지속적인 외국인투자 유치를 위해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한국 정부도 이러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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