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민주노총 주최로 1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한국와이퍼' 대량해고 사태를 통해 본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방향 토론회. <정기훈 기자>

외국인 투자기업이 폐업시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 고용안정에 지장을 초래한 외국인투자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외국인투자 촉진법(외국인투자법)을 개정하고 나아가 근로기준법과 상법도 고쳐 외국인 투자기업의 ‘먹튀’를 방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주노총이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정의당 노동위원회와 함께 외국인투자법 개정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최근 한국와이퍼의 대량해고 사태를 점검하고 바람직한 외국인투자제도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와이퍼는 일본 자동자부품사 덴소의 자회사다. 최근 의도적으로 매출을 줄이고 적자를 키워 폐업하는 기획청산을 당했다.

기업 안 공정, 국경 넘어 원·하청 수직구조 형성

전문가들은 이런 외국인투자기업의 기획청산이 빈발한다고 지적했다.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산연을 비롯해 최근 수차례 유사한 사태가 벌어졌다”며 “신자유주의적 노동 유연화가 노동자를 기업 조직 내에서 계약조건에 따라 차별(비정규직)하고 다른 기업 소속으로 분리(하청)하거나 소속 없는 독립사업자(특수고용직)로 밀어내듯 기업 안에서 이뤄지던 공정이 분리하면서 원·하청의 수직적 공급체계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이런 방식이 국경을 넘나들면서 외국인 투자기업의 ‘악행’도 유형화하고 있다. 2002년 하이디스 사태를 비롯해 2009년 쌍용자동차 사태 때도 발생한 기술유출을 비롯해 △배당을 가장한 거액 국부 유출 △조세포탈 △글로벌 구조조정 등이다.

외국인투자법은 이런 국제자본의 악행에 날개를 달아 준다. 나 교수는 “현행 외국인투자법은 투자 촉진 목적으로 투자자와 자본 소유자의 권리와 편의를 보장한다”며 “외국인 투자기업은 자본 철수와 공장 폐쇄 또는 매각이 국내 자본에 비해 손쉽고 사회적 제약에 덜 노출된다”고 꼬집었다.

김정호 민주당 의원과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외국인 투자기업을 규제하는 외국인투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있다. 두 법안은 외국인 투자기업에 부여하는 혜택에 조건을 다는 내용이다. 현금지원을 할 때 환수 절차를 법률로 정하거나 외국인 투자기업이 폐업할 때 정부에 사전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외국인투자기업이 고용안정에 지장을 초래했을 때 투자를 제한하게 하고, 부정행위에 대한 환수와 제재금을 부과한다.

외국인투자법 개정안이 다소 소극적인 이유는 국제법 때문이다. 장석우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외국인 투자자 보호 제도는 국내법상 차원이나 국제법적 차원에서도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보호 의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내국인 대우와 최혜국 대우가 대표적이다. 내국인 대우는 외국인 투자기업을 국내 기업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국제법 관행이다. 최혜국 대우는 3국에 부여하는 유리한 대우를 조약 상대국에도 부여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노조법·근기법·상법상 노동보호 강화해야
“한국도 원·하청 교섭 못하는데 외투에 바라나”

이 때문에 이날 전문가들은 이런 외국계 투자기업의 문제를 해소하려면 외국인투자법을 개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내법의 노동보호 수준도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 교수는 “정작 우리나라도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투자기업에 원·하청 교섭을 바라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를 겨우 통과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겨냥한 발언이다.

장 변호사는 근로기준법과 상법 개정을 강조했다. 근로기준법상 정리해고 요건을 강화하고, 특히 원·하청 구조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경제적 단일체’ 범위를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정리해고의 전제인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 판단 요건에 도산 회피를 명시하고 △과반수노조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또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강화해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도록 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관련한 노동자들의 광범위한 연대도 주문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제도를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양대 노총의 외국인 투자기업 노조가 연대해 이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확대하고 연대하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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