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SGS 홈페이지 갈무리

국내에서 처음으로 중앙노동위원회의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받은 사업장인 다국적기업 한국SGS그룹이 성차별을 시정하기는커녕 판정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노동자를 승진에서 탈락시키는 고용상 성차별 행위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2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외국계 인증기업인 한국SGS그룹은 지난 1일 중노위의 고용상 성차별 시정명령을 취소해 달라며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한국SGS그룹에서 파트장(과장)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20년 3월 출산·육아휴가에서 복귀한 뒤 매년 승진에서 탈락했다며 지난 3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차별시정 신청을 했다. 사측은 A씨의 업무능력 부족을 주장했다.

경기지노위는 사측 손을 들어줬다. 지노위는 남녀 직원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하며 남녀 육아휴직자의 승진 소요기간이 비슷하기 때문에 성차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지난 9월 이를 뒤집고 승진 차별을 인정했다. A씨의 인사점수가 2021년부터 이미 충족한 점, A씨와 비슷한 점수를 받고 승진한 사례들이 있는 점, 객관적 점수보다 부서장의 주관적 평가가 승진에 영향을 미치는 점 등을 들어 사측 주장을 기각했다.

아울러 형식이 아닌 실질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모든 직원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지만 남성에 비해 2.5배 이상 적은 여성노동자가 남성보다 2.7배 이상 육아휴직을 쓴다는 점을 고려해 육아휴직자에 대한 차별은 성차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은 남성노동자 3명이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하는 데 약 4.3년 걸린 반면, 육아휴직자의 승진 소요기간은 약 6.3년인 점도 지적했다.

중노위는 A씨에게 승진 기회를 부여하고, 차별대우에 따른 임금손실 상당액과 위로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아울러 승진제외 대상에 육아휴직자를 포함한 승진규정 등을 개선하라고 했다. 이는 지난해 5월 고용 성차별을 경험한 노동자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할 수 있게 한 ‘고용상 성차별 시정제도’ 도입 뒤 내려진 첫 시정명령이다.

사측은 성차별 시정은 외면한 채 중노위를 상대로 법정 대응에 나섰다. 한국SGS그룹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성차별 피해자 A씨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노조는 “회사는 시스템 점검과 동시에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데도 오히려 자신들이 억울하다고 한다”며 “만연한 성차별을 인식도 하지 못하는 무늬만 글로벌기업인 한국SGS경영진을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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