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직원의 10%가량이 주당 80시간 넘게 일하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월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 52시간제가 도입되자 해당 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을 떼어낸 뒤 새로운 회사를 설립(분사)하려 하고 있다. 존치되는 노동시간 특례업종 5개 중 하나에 해당하는 회사를 만들어 무제한 노동을 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계 인증회사인 한국SGS그룹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한국SGS그룹노조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SGS그룹은 노동시간단축에 역행하는 꼼수 분사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한국SGS그룹은 스위스 제네바에 본사를 둔 다국적기업이다. 선박·항공·석유 인증(ISO)과 검증 서비스를 한다. 이 회사에는 오일·가스·화학, 광물자원, 곡물 품질검사를 하는 부서가 있다. 주로 해당 자원이 실린 선박에 탑승해 품질검사를 한다. 한 번 업무를 맡으면 2박3일가량 배에 머물며 일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체 직원 900여명 중 120여명이 이 부서에 소속돼 있다.

회사는 지난달 초 별도 회사를 만들어 이들을 전적시키겠다는 분사 계획을 노조에 통보했다. 노동시간 특례 존치업종인 '화물 포장, 검수 및 계량 서비스업'에 해당하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취지다. 최근 다음달 2일부터 분사를 시행한다고 노조에 알려 왔다.

추혜선 의원은 "주 52시간 시행에 따른 신규인력 채용을 노조가 요구했지만 회사는 노동시간 특례가 가능한 업무를 일방적으로 분사시키려 하고 있다"며 "한국 노동자를 마른수건 쥐어짜듯 이윤 뽑는 도구로 사용하려는 악덕기업이 되려 한다"고 비판했다.

회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임금교섭에서 유연근로시간제의 한 종류인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을 통보했다. 노조 관계자는 "분사하려는 부서 직원 이외에도 직원 40%가량은 주당 노동시간이 68시간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며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장시간 노동을 그대로 시키기 위해 회사가 갖가지 꼼수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한국SGS그룹은 고용창출을 통한 주 52시행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동참해야 한다"며 "특례적용을 위한 일부 사업부 꼼수 분사 시도를 철회하고 노동시간단축을 위해 노조와 성실히 교섭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