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가 강성희 진보당 의원과 함께 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불법파견 금지 및 직접고용·정규직 사용 원칙 입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기훈 기자>

불법파견 소송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법원의 재판 지연을 규탄하며 신속한 판결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금속노조와 강성희 진보당 의원은 1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벌, 대기업이 앞장서서 만들어 낸 불법파견이 25년 동안 해결되기는커녕 더욱 퍼져나간 데에는 엄중하게 처벌받지 않고 방조돼 왔기 때문”이라며 “고용노동부는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고, 검찰은 불기소 남발과 솜방망이 처벌을, 법원은 판결 지연을 하면서 범죄행위가 계속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노조가 밝힌 ‘금속노조 소속 불법파견 제소 현황’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포스코·현대제철 등 19개 지회 6천297명이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에 계류된 경우가 744명이다. 2심과 1심에 계류된 이들은 각각 1천732명과 3천881명이다.

노조는 국회에 직접고용·정규직 사용 원칙이 확립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을 촉구했다. 노조는 “현재 불법이 확인된 비정규직 노동착취 구조인 사내하청을 금지하고 직접고용·정규직 사용이 원칙이 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며 “노동부 직접고용 시정명령과 대법원 판결 기조가 해당 법안 논의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날 노조는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 관련 사건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문화제를 열 계획이었지만 경찰 통제에 막혔다. 애초 문화제 개최 장소였던 대법원 동문 앞이 아닌 서초역 5·6번 출구 사이에서 손피켓과 촛불 등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약 40명의 참가자들은 “불파 25년 이제는 끝장내자” “경찰은 평화적 문화제를 보장하라” 같은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미신고 집회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이라며 수차례 자진해산을 명령했다. 오후 5시56분께 4차 해산명령시 18시까지 해산하지 않으면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6시께 문화제를 마무리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판사 이정희)는 지난달 31일 금속노조가 서초경찰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집회 목적 자체가 불법파견 피해 당사자들이 모여서 대법원의 엄중한 처벌과 조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단순히 사법행정과 관련한 의사표시 또는 재판청구권 보장 요구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집회 시간이 근무시간 또는 이와 인접한 시간대인 점, 집회 장소가 대법원 동문 앞 인도인 점, 집회 참가 예정 인원이 100명에 이르는 점 등도 기각 사유로 밝혔다.

노조는 지난달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 인도에서 이날 오후 5시~7시30분 ‘불법파견 대법원 조속판결 촉구’ 집회를 열겠다고 옥외집회 신고를 했다. 그런데 서초경찰서는 “신고한 장소는 집회 금지장소로 집시법 11조2호에 따라 법원 판결과 관련이 된 내용으로 법관 업무의 독립성 침해가 명백해 보인다”며 “귀 단체의 옥외집회 신고 장소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 인도는 집회를 금지한다”고 통고했다. 이에 노조는 경찰의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취지의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노조는 계획대로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노조는 법원 결정에 대해 “노조 비정규 노동자들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부터 대법원 앞에서 불법파견 판결 촉구 집회를 했다”며 “지금까지 20여차례에 걸쳐 같은 장소, 같은 시간대에 같은 내용으로 진행했는데 충돌도, 시민 불편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어고은 기자
▲ 어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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