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당SNS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2022년 10월29일 밤, 그 시간 그곳에는 아무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정부가 없었습니다. 재난안전책임도, 인파관리대책도, 질서유지방안도, 응급조치대처도, 경찰도, 소방도, 지방자치단체도, 국회도 없었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가 29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는 끝내 윤석열 대통령은 나타나지 않았다.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정치집회 성격이 짙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유가족 “정치집회라니, 억울함 호소했을 뿐”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결코 정치집회가 아니다”며 “참사 이후 유가족들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치적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며, 단지 억울함을 호소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얼마 전 대통령은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 어떠한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며 “혹시 정부의 책임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답을 듣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별법은 이태원 참사의 원인과 재발방지, 국민의 참사에 대한 트라우마를 이겨낼 수 있는 법안”이라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특별법 통과에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시민대책회의 대표단은 공동선언문에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게 된 우리 사회 구조적 문제와 근본적 원인을 찾아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이 제정돼 독립적 조사기구가 설치되는 날까지 국회와 정부를 지켜보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야당 대표들도 특별법 제정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참사에 책임을 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고, 책임 있는 정부 당국자는 오늘도 이 자리를 끝끝내 외면했다”며 “특별법의 신속한 통과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책임을 안 지면 된다, 버티면 끝난다는 권력자들의 오만이 오송참사 등 우리 일상의 위기로 다시 찾아왔다”며 “피해자를 두 번 울리는 이 정부는 반드시 심판받아야 하며, 특별볍 제정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국민이 옳다면 윤 대통령은 여기서 함께 추도했어야 하지만, 오늘까지도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면 마땅히 앉아야 할 이 자리에 앉지 않았다”며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전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희숙 진보당 대표는 “야당이 주도한다고? 그렇다면 여당이 주도하면 될 일”이라며 “사회적 참사를 여야 진영논리로 바라보는 윤 대통령이야말로 참사를 정쟁화하는 것 아니냐. 책임을 지기 싫으면 그 자리도 내어놓으라”고 강조했다.

시민추모대회에 앞서 참사현장인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서 4대 종교 기도회에 이어 유가족과 시민들은 이태원을 출발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을 지나 서울광장까지 행진했다.

윤 대통령 추모예배서 “불의의 사고로 떠나신 분들”

한편 윤 대통령은 시민추모대회 대신 이날 낮 서울 성북구 영암교회를 찾아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를 했다. 그는 추도사에서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의 명복을 빈다”며 “소중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불의의 사고로 떠나신 분들을 이분들이 사랑했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에게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반드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그분들의 희생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이라고 말했다.

‘유가족이 초청한 추도식을 정치집회라고 하는 기준이 뭐냐’는 질문과 ‘불의의 사고라고 하면 정부 책임은 없다는 말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오늘은 애도하는 데 집중하고 다른 얘기는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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