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미 정의당 대표. <자료사진 정의당>

정의당이 진보 비례연합정당 전략을 선택할까. 가능성은 있다. 녹색당이 정의당과의 비례연합정당 구성을 고려하고 있고, 정의당이 손을 맞잡을 준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지도부는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직후 책임론이 나오자 녹색당과의 연합 성사 카드를 꺼내 내부를 달랬다. 녹색당도 정의당과의 선거연합을 회의 의제로 꺼내며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녹색당이 만지작거리는 것은 정의당과의 비례연합정당이다. 정의당이 녹색당의 손을 잡으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기 때문에 비례 의석을 염두에 둔 비례 연합정당은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던 자신들의 기존 입장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녹색당 “진보 비례연합정당은 보수정당과 달라”

녹색당은 22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전국위원회를 열고 2024년 총선방침을 논의했다. 총선방침과 목표는 기후정치 세력화를 위해 기후녹색운동과의 연대 강화, 녹색당의 가치와 명분을 지키는 연합정치를 통한 원내 진입이다. 원외 정당으로의 한계를 돌파하자는 이유에서 목표가 설정됐다. 실제로 석탄발전사업의 철회 및 신규 허가 금지를 위한 특별조치법안(탈석탄법)은 녹색당이 주도해 만들었지만 정의당을 통해 발의됐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정의당과의 선거연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치연합 고려 지점으로 기후정치에 대한 진심, 거대 여야로부터의 독립성, 3% 봉쇄조항(정당 지지율 최소 기준) 돌파 가능성이 언급됐다. 녹색당은 진보당이 지난 6일 가덕도신공항의 조기 개항을 전담할 조직을 구성하는 가덕도신공항 건설공단법에 찬성한 것을 두고 기후정치에 대한 진심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노동당은 3% 봉쇄조항 돌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받는다. 거대 여야를 배제하고 진보정당 중 진보당과 노동당을 제외하면, 남는 건 정의당이다.

녹색당은 연합의 구체적 형태로 특정 정당을 비례대표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안, 특정 정당과의 비례연합정당 구성·선거연합정당 구성·일시적 합당을 논의했다. 각각 비례후보만 특정정당 비례명부로 출마하는 방법, 특정 정당과 비례연합정당을 구성해 비례명부로 진행하는 방법, 지역구까지 선거연합정당으로 출마하는 방법, 특정 정당에 흡수합당을 했다가 분리하는 방법이다.

모든 방법은 비례연합정당을 만드는 것을 기조로 한다. 녹색당은 진보정당끼리의 비례연합정당에 찬성한다. 녹색당은 지난 8월 전국위원회 정치워크숍에서 비례위성정당을 “정당법의 이중당적 금지 조항과 공직선거법상 3% 봉쇄조항을 돌파하기 위한 소수정당 간 적극적인 연합정치 전략으로, 거대 정당이 준연동형 선거법 개정에 따른 의석수 감소를 피하고 의회 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위성정당과는 취지와 형태, 조건 자체가 상이하다”고 규정한 바 있다.

“정의당 지도부, 녹색당과의 위성정당에 공감”
24일 시도당 위원장회의서 입장 발표 예정

정의당은 비례연합정당을 하자는 녹색당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의당은 지난 14일과 15일 대표단·의원단·광역 시도당 연석회의를 차례로 열고 이정미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때 이정미 대표가 꺼내든 카드가 녹색당과의 연합이다. 11월19일 당대회에서 이를 마무리짓고 총선 지도부로 가겠다는 게 현재 지도부 입장이다.

정의당 관계자는 “시도당 위원장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던 건 녹색당과의 선거연합인데, 다만 그 방법에 대해서는 확정된 것은 아니다. 녹색당은 하나의 당으로 흡수 통합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 위성정당을 만들고 싶어하고, 우리 지도부는 그 방안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의당의 기존 입장이다. 정의당은 2020년 총선 당시 비례연합정당은 참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훼손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또다른 정의당 관계자는 “정의당 내부에서는 당대당 통합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다. 만약 위성정당 이야기를 한다면 내부에서 반대가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정의당에 원칙을 지킬 여력은 부족하다. 지난 총선에서 정의당은 원내 6석을 얻는 데 그쳤다. 지역구 투표는 민주당에 정당투표는 진보정당에 해온 교차투표층이 민주당계 위성정당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도 낮은 성적을 내며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정의당 지도부는 24일 시도당 회의를 열고 녹색당과의 연합 방안을 논의한다. 대략의 연합 방향성이 드러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