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월서울 종로구 경사노위에서 송시영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위원장과 이동훈 한국가스공사 더 코가스 위원장 등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소속 관계자와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17일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로부터 국회모욕죄와 위증죄로 고발당한 지 꼭 1년째 되는 날이다. 그는 지난해 경사노위 국감에서 반노동·극우적 신념을 굽히지 않고 “문재인은 김일성주의자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종북주의자”라는 내용의 발언으로 회의를 파행으로 이끌고 국감장에서 쫒겨났다. 노사 대화를 주도하는 경사노위 위원장이 편향 행보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우려는 사실이 됐다. 그의 1년간의 행보를 전수조사해 보니 노사보다 언론사를, 양대 노총보다 국민노조를 찾았다. 보수 단체도 여러 번 찾았다. 김문수 위원장은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문재인 전 정권과 양대 노총을 폄훼하는 정치적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졌다. 노사 대화를 얼어붙게 만들고, 갈등을 조장한 셈이다.

언론은 69번, 노조는 62번 만난 김문수

<매일노동뉴스>가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사노위로부터 받은 김문수 위원장 활동일지를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위촉장을 수여한 2022년 9월30일부터 올해 9월15일까지의 일정 673개를 받아 분류했다. 회의 및 보고와 같은 내부업무가 363건, 기업·노사·학계 등과의 간담회가 141건, 강연이 8건, 언론 관련 일정이 69건, 행사와 토론회 52건, 현장방문 24건, 기타 14건이었다.

일정을 살펴보면 노사 대화보다 언론을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언론과는 69번을 만났지만, 노조와는 62번 만났다. 간담회 141건을 보면 노조 62건, 기업 21건, 노동부와 학계 등 기타 단체 58건으로 분류된다. 언론 인터뷰는 42번을 했다. 내부 보고를 살펴보면 언론 관계 보고도 34건 받았다. 한 달에 3.5회 인터뷰를 하고, 언론동향보고 3건을 받은 셈이다.

언론 인터뷰에서는 노동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고,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이른바 ‘광양 유혈진압 사태’로 경찰에 연행된 것은 정당하다고 했다. 유혈진압 사태는 임금교섭이 난항을 겪고 쟁의행위시 대체인력 투입을 포스코가 주도했다는 부당노동행위 의혹까지 불거지며 현장에 대화하러 간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을 과잉진압하고, 김준영 사무처장을 곤봉으로 내리쳐 제압한 사건이다. 노동계가 요구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이 사회적 논의가 충분히 되지 않았다며 반대입장을 반복한다. 사회적 합의를 주도해야 하는 경사노위 위원장이 논의가 충분치 않다는 말만 반복하는 셈이다. 가장 최근 인터뷰인 올해 9월28일 여성신문 인터뷰에서도 책임을 노동계에 미루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양대 노총 설득 관심 없고
국민노총 찾아 노조법 2·3조 통과 반대 발언만


그는 양대 노총을 사회적 대화 테이블에 앉히는 데는 거의 관심이 없었다. 현재 대화 테이블에 앉지 않는 민주노총을 설득하려는 행보는 거의 없었고, 한국노총이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한 이후에 한국노총을 찾는 발걸음도 뜸했다.

노조 관련 간담회 62건을 살펴보면 민주노총은 겨우 3건에 그친다. 지난해 10월11일 민주택시노조, 올해 1월13일 택배노조, 4월5일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협력업체 노사대표 면담이 끝이다.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탈퇴 이후에  한국노총을 방문했다. 광양 유혈진압 사태를 겪은 한국노총이 올해 6월7일 사회적 대화 중단을 선언했지만, 김문수 위원장은 다음날인 8일 서울대 총동창회 조찬 포럼 강연에서 “한국노총이 투쟁 방침으로 간다면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나 한국노총 내 지역 산별 조직과 대화하겠다”고 발언했다. 한 달 뒤인 7월3일에서야 한국노총을 찾았고 같은달 24일, 8월10일 두 차례 더 한국노총을 오갔다.

김문수 위원장이 양대 노총을 뒤로하고 찾은 곳은 국민노조다. 노조 주관 행사를 살펴보면 국민노조 행사에는 세 번, 한국노총 행사에는 두 번을 참여했고, 민주노총은 한 번도 찾지 않았다. 국민노조는 양대 노총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반 민주노총 투쟁을 주요활동으로 내건 단체다.

국민노조의 행사에서 그는 양대 노총을 외면하는 발언을 했다. 지난해 10월6일 국민노조가 국회에서 주관한 노란봉투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김문수 위원장은 “(노조법 2·3조 개정안 반대를) 국가 정책으로 추진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양대 노총이 통과를 요구하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이들과의 대화 없이 반대 메시지부터 내고 본 것이다.

국민노조 간부를 경사노위 자문단으로 뽑기도 했다. 김준용 국민노조 사무총장은 9명의 자문단에 포함돼 있다. 김 사무총장은 “민주노총은 문재인 정부의 인민무력부”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된 바 있는 인물이다. 대우어패럴노조 출신으로 노동운동을 하다 뉴라이트신노동연합 공동대표를 지내고,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다. 김문수 위원장과는 MB정부, 뉴라이트 운동이라는 이력이 겹친다.

경사노위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민주노총과 접촉을 시도했지만 민주노총이 외면한 것이고, 한국노총 위원장과는 올해 세 번을 만났다. 양대 노총과 대화를 가장 원하는 곳이 경사노위고, 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 줄줄이 찾아
극우 강경 발언 

김 위원장은 보수 성향 시민단체를 찾아서는 적극적인 ‘극우’ 발언을 했다. 눈에 띄는 일정은 자유총연맹 연석회의(2월 16일), 바른사회시민회의 주관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평가토론회’ 축사(5월4일),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핵심인원 워크숍 특강 및 임원진 간담회(6월21일),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전문가 초청 정책포럼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북한인권의 증진 축사(6월23일), 자유대한포럼 초청강연(7월28일) 등이다.

자유총연맹 연석회의에서는 “임종석부터 시작해서 문재인, 이런 사람들이 청와대까지 다 먹은게 지난 5년이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민주당 의원에 색깔론을 씌운 것이다. 자유대한포럼 강연에서는 “윤석열 정권의 정권교체는 대통령 교체만 됐지 입법· 사법·방송언론·대중조직은 바뀌지 않았다. 다 바뀌어야 우리 사회가 정권교체가 된다”며 “내년 4월10일 선거 전과 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을 찍으라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사회적 대화를 주도하는 경사노위 위원장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은 하지 않으면서 자기 정치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하며 “국정감사에서 적극적으로 따져 묻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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