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교훈 강서구청장 SNS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반 만에, 차기 총선 6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수도권 민심 이반이 확인되면서 정치권 움직임이 더욱 분주해졌다.

1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치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6.52%를 얻어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39.37%)를 17.15%포인트라는 큰 격차로 승리했다. 진보정당 성적은 초라하다. 권수정 정의당 후보 1.83%, 권혜인 진보당 후보 1.38%, 김유리 녹색당 후보 0.21%에 그쳤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이날 임기를 시작했다.

김태우 후보가 지난 5월 대법원 유죄 확정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하면서 치러진 보궐선거에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8·15 특별사면을 받아 또다시 출마한 결과는 참담했다. 또한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정부·여당에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정부·여당에 대한 서울 민심 이반 확인
여당 ‘위기론’ 분출 … “윤 대통령의 패배”

국민의힘은 “민심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면서도 후속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이번 선거의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상대적으로 우리 당이 약세인 지역과 수도권 등에서 국민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쇄신론, 위기론이 분출하고 있다. 윤 대통령 책임론도 불거지는 상황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KBS 라디오에서 “참패, 완패라는 현실이 닥쳤다”며 “윤석열 정권에 대한 서울 민심이 확인된 선거”라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며 “윤 대통령의 패배”라고 규정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거쳐 대선과 지선을 걸쳐 쌓아 올린 자산이 오늘 완벽하게 리셋(reset)됐다”며 “더 안타까운 건 이제부터 실패한 체제를 계속 끌고 나가려는 더 크고 더 비루한 사리사욕이 등장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윤 대통령 사과하라” 야당 포위 강화
초라한 성적표 받은 진보정당

야당의 포위는 더욱 강화하는 모양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번 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자 새로운 강서구를 바라는 국민 모두의 승리”라며 “민심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기조를 전환하고 오만과 독선, 무능과 무책임으로 일관한 국정운영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어떤 선거 결과든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날 오후에는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소식이 전해졌다.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의 여파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야당이 요구하는 국정기조를 전환할 지는 의문이다. 이날 검찰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의 참패에 전광석화처럼 기소 카드를 꺼내든 후안무치한 윤석열 검찰의 행태를 규탄한다”며 “보궐선거 결과에 대한 윤석열 정권의 첫 응답이 국정쇄신이 아닌 ‘정적 죽이기 기소’라니 기가 막힌다”고 밝혔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에서 “지난 1년간 정의당의 혁신 노력이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는 채찍질로 받아들인다”며 “뼈를 깎는 성찰과 근본적 변화가 없이 내년 총선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게 더욱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진보당은 입장문을 통해 “진보당은 윤석열 정권에 맞서는 선명야당, 민생정당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며 “진보당은 국민의 열망에 기초해 내년 총선에서 윤석열 정권 심판과 정치교체로 반드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김유리 녹색당 후보는 낙선인사를 통해 “녹색당을 선택한 여러분의 한 표가 기성 정치를 무너뜨리는 균열을 만들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희망의 숫자가 될 때까지, 앞으로도 꿋꿋하게 녹색정치 이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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