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내년 1월부터 50명 미만 사업장도 적용하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두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관련) TF에 참여해 의견을 들어보니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어서 신중히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뒤 잇따르는 중대재해와 늑장 수사, 노란봉투법 제정 필요성을 이야기 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에는 문재인 정부를 언급하며 화살을 돌렸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취임사를 지키지 못하는 이정식 장관에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중대재해 처벌 약화 비판하자
“문 정부가 작업중지 완화해”

12일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노동부 첫 국감 현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가 도마에 올랐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SPC, DL이앤씨, 세아베스틸 3개 기업에서 12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하고 14명의 억울한 죽음이 있었다”며 “그럼에도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처벌받은 이가 한 명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우원식 의원은 ‘일하는 국민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게 국가의 기본이다. 산재사망 막겠다. 상생렵력 노사관계 만들고 현장목소리 듣겠다. 상호 존중 신뢰로 문제해결 하겠다’고 밝힌 취임사를 실천하지 못하는 이 장관을 비판하며 사퇴를 요구했다.

이정식 장관은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살아온 가치관에 양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며 사퇴 요구에 선을 그었다. 이 장관은 “어떤 정부가 노동자 죽고 다치는 것을 방치하냐. 법령과 현행 제도 내에서 최선을 다했는데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면서도 “법의 예방 실효성을 강화하려면 경제적 제재가 중요하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산업안전보건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작업중지 요건과 범위를 대폭 줄여 놨다”고 문제를 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작업중지 범위를 축소하려는 시도는 현 정부 들어 더 확대되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 11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작업중지의 기간·범위·해제 절차를 ‘합리화’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는 경영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안전보건규제 완화를 하는 것으로 본다.

‘중대재해처벌법 부칙이 예정대로 내년 1월27일 시행되느냐’는 진성준 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정식 장관은 “국회에서 현실을 감안해 개정안이 발의돼 있고 논의에도 적극 참여하겠지만 중대재해처벌법령 개선 TF에 참여해 의견을 듣다 보니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중대재해처벌법 부칙 1조는 법 공포 3년째인 내년 1월27일부터 50명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청년 확장실업률 역대 최악”도  “문재인 정부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수시로 소환됐다. 이정식 장관은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을 두고 “왜 이렇게 중요하고 훌륭한 대안을 여러 가지 조건상 가능했었을 텐데 과거 정부에서는 안 했을까가 고민”이라며 비꼬았다.

이주환 국민의힘 의원이 “문재인 정부 취업자 증가는 사실상 재정지원 일자리로 민간부문 일자리 창출은 상당히 낮다”며 “청년 등 체감고용 상황은 오히려 악화됐는데 본인들이 최고였다고 자화자찬한다. 통계조작이나 의혹이라고 봐야 하냐”고 질의했다.

이정식 장관은 “조작이나 의혹까지는 아니다”면서도 “국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보편적으로 보는 경제활동인구와 보조지표인 청년 확장실업률은 역대 최악이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일환인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두고는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올린 효과가 여러 가지로 나타나는데 고용보험료 인상과 고용보험재정 악화로 전가됐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표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추진하는 노조 회계공시 정책, 근로시간 제도개편안, 실업급여 개편안 등에 대한 비판도 줄이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정부의 노동정책을 “양두구육, 꼼수, 겁박, 노동탄압인지 검증하겠다”며 “LG디스플레이 40대 직원이 업무스트레스로 자살했지만 노동부는 재계 소원수리로 노동시간 유연화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노동부 장·차관이 산하기관장에 직무성과급 도입을 압박한 사실을 담은 본지 보도를 인용해 “노동존중사회 만들겠다는 장·차관이 왜 산하기관 임금체계에 개입해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하라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매일노동뉴스 2023년 9월25일자 “직무·성과급제 도입, 집안부터 ‘잡는’ 노동부” 기사 참조>

이 장관은 “양두구육, 겁박, 꼼수 등의 표현들은 절대 납득하기 어렵다”며 “최저임금을 대폭 올린 뒤 산입범위를 확대한 것이 꼼수다. 이제 더 이상 말 안 하겠다”고 발끈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최저임금위원회가 2년간 최저임금을 크게 올린 뒤 재계와 보수언론에 밀려 상여금과 식대 등 복지수당을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넣은 정책을 지칭한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는 국민의힘에서도 강력하게 요구했던 사항으로,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문재인 정부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지금의 여당 역할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다.

강예슬·임세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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