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민호 노무사 (반올림지원노무사모임·노무법인참터충청지사)

휴업급여 지급여부에 관한 잘못된 기준(근로복지공단 2003년 5월24일 질의회시 보상 6602-758)을 바로잡아야 한다. 벌써 20년이 지났다. 그동안 산재 승인을 받고도 휴업급여를 제대로 지급받지 못해 고통받은 산재노동자들이 숱하다. 공단 산하 근로복지연구원도 ‘휴업급여 지급실태 분석보고서’를 통해 제도개선 필요성을 내놨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고용노동부와 공단이 계속 외면한다면 국회가 나서서 바로잡아야 한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 52조는 “휴업급여는 업무상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근로자에게 요양으로 ‘취업’하지 못한 기간에 대하여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취업”은 산재노동자의 ‘원직’이 아니라 다른 업무, 다른 사업장, 심지어 자영업까지 포함한 ‘모든 직업’의 개념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게 질의회시의 요지다.

산재노동자의 ‘원직복귀’는 산재보험의 중요한 목적이다. 문제의 질의회시는 산재노동자들에게 손쉬운 직업으로 바꾸라며 원직복귀 포기를 종용하고 있다. 산재노동자의 원직복귀를 위한 산재행정을 펼쳐야 할 고용노동부와 공단은 잘못된 질의회시를 앞세워 20년째 ‘취업치료가 가능하다는 자문의 소견’을 유도하고, 자문의 소견을 핑계로 휴업급여 부지급 처분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 산재노동자 직장복귀율은 41%다. 독일 74%, 호주 79%, 미국 85%, 캐나다 70%보다 현저히 낮다. 독일,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 산재보험 선진국은 산재노동자의 ‘원직복귀 의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주별로 ‘원직복귀 의무제도’와 ‘지원제도’를 운영한다.

우리나라 산재보험도 원직복귀를 지향한다. 1999년 12월31일 개정 산재보험법 1조(목적)에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하여”를 명시했다. 2021년 5월18일 개정 산재보험법 75조의2(직장복귀 지원)을 신설하고 재해 당시 사업주에게 직장복귀 계획서를 작성·제출하게 하고, 시행령 71조의2(직장복귀 지원)에 직업능력 평가 및 작업환경 개선 여부 등을 규정했다. 그밖에 원직장에 복귀한 장해급여자를 고용하거나 직장적응훈련, 재활운동을 실시하는 사업주에게 직장복귀 지원금, 직장적응 훈련비 또는 재활운동비 지원도 법제화했다. 주치의는 진료계획서에 원직장 복귀 여부(원직복귀에 대한 재해자의 의사, 현 상태에서 원직복귀 가능 여부)와 직무수행 정도(치유 후 재해 당시 직무수행 가능 여부, 직업능력평가 필요 여부)를 적어서 공단에 제출해야 한다.

독일 산재보험은 재해발생 이전에 마지막으로 수행했던 업무를 기준으로 노동 불능 여부 및 질병 악화 위험 여부를 판단한다(연방노동법원 판결 1967년 5월30일 노동불능지침 2조1항).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이 시범실시 중인 상병수당도 ‘원직’을 기준으로 지급여부를 판단한다.

2018년 근로복지연구원에서도 취업의 개념을 지적하기에 이르자, 노동부와 공단은 특수상병(안과·이비인후과·치과·비뇨기과)에 대해서만 ‘원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그나마도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있다.

건강한 사람도 원래 하던 일과 다른 곳에 취업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요양 중인 산재노동자에게 손쉬운 일자리를 구하거나 자영업을 하면서 치료받으라는 질의회시는 산재보험법 입법취지에 어긋난다. ‘특수상병’만 원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행정의 일관성에도 어긋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원식 의원으로부터 “취업”의 개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받은 공단 이사장이 검토해서 동일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지 1년이 지났다.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 노동부와 공단이 안 바꾼다면 산재보험법을 개정해서라도 이제는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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