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래군 손잡고 상임대표

지난해 11월 청산을 선언한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18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8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반면에 회사가 부담한 법인세비용은 410억원뿐이다. 그래놓고 노동자 13명을 고용하지 않고 빠져 나가려 한다. 외투기업의 이런 ‘먹튀’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편집자주>

구미에 있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13명은 1년 가까이 빈 공장을 지키고 있다. 이 회사에 지난해 10월 화재가 발생했고, 화재보험금은 약 1천300억원이다. 그러면 당연히 회사는 공장을 복구하고 재가동하면 되는데 그러지를 않았다.

지난 19일 오전에 국회 앞에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말미에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지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최 지회장은 “5명의 조합원은 임대차보증금 각 4천만원씩 2억원이 가압류됐고 또 다른 5명의 조합원은 부동산에 각 4천만원씩 2억원이 가압류됐다”고 말했다. 해고를 거부하고 평택의 다른 회사로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노동자들, 월급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들에게 가압류를 걸었다는 얘기다. 3명의 노동자는 가압류를 걸 아무런 재산이 없으므로 걸지 못했단다. 가압류는 회사가 공탁금만 있으면 걸 수 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너무도 가혹한 처사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는 한때 노동자가 700명이 넘었고, 한 해 매출액이 8천억원에 육박할 정도였다. 하지만 2018년, 2019년엔 회사 경영이 어려워져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노동자는 60명으로 줄었는데, 시간이 흘러 지난해 4월에는 경영이 호전되자 퇴직했던 노동자 100명을 다시 불러들였다.

화재 뒤에 회사의 태도는 돌변했다. 명예퇴직을 종용해서 다 나갔는데 13명만 이를 거부했고, 회사는 이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지금까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에서 번 돈 대부분인 6조원 이상의 돈이 모기업인 일본 닛토덴코 그룹으로 넘어갔다. 그런 회사에 온갖 특혜를 다 내줬던 구미시가 회사 편이 돼서 단수 조치도 하고, 회사의 철거 시도까지 지원한다는 것이 이해할 수 없다.

최현환 지회장은 “법이 이렇게 노동자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무기가 될 줄 몰랐습니다”라고 말했다. 법은 늘 가진 자들의 편이었다. 여러 가지 측면을 따져 볼 때 한국옵티칼하이테크가 철수하기로 한 결정에는, 그리고 평택의 다른 회사로 고용을 승계하지 않으려는 데에는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산하라는 이유로 지회가 회사 경영의 걸림돌인 것으로 몰아간다. 구미시나 일본 자본이나 노조에 대한 혐오에는 한 편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니 씁쓸하기 그지없다.

법은 늘 노동자의 편이 아니었다. 노조를 설립했다는 이유로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교섭을 기피하고, 단체협상을 맺어도 지키지 않고, 참다 못해서 파업에 들어가면 손배·가압류를 먹이는 짓을 되풀이한다. 법이 사용자에게 너무도 물러 터졌기 때문에 가능한 행동이다. 노동법은 이런 행위들을 금지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고용노동부는 부당노동행위에 눈감고, 법원은 노골적으로 사용자 편을 들어오지 않았던가.

하지만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런 법과 법 적용이 변화하고 있다. 10년, 20년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대법원의 판결이 변화해 왔다. 국회에 계류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지금까지 나온 대법원의 변화한 판례를 반영한 것이다. 법이 노동자들의 생계도 끊고 생존권을 박탈하는 무기가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존과 존엄을 보호하는 법으로 바뀌는 길을 조금 열자는 게 이번 개정안의 의미다.

한국옵티칼하이테크 노동자 13명의 투쟁이 어떤 결말에 이를지는 아무도 모른다. 노동자들이 고용승계를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노동자가 쓸모없으면 함부로 버려도 좋은 소모품일 수 없다는 걸 증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꼭 승리하기를 바란다. 이런 작은 싸움들이 모여서 노동법도 바뀌고 노동자와 노조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도 변화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들 13명이 더는 외롭지 않게 전국에서 노동자들이 연대하며 싸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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