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섬노조 광주전남지부 남해화학 비정규직지회가 19일 오전 전남 여수시청 앞에서 불법파견 대법원 확정 판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남해화학 비정규직지회>

국내 1위 비료 제조사인 남해화학의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에 대한 불법파견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집단소송에서 불법파견이 확인된 것은 이번 사건이 처음이다. 비료포장과 삽차·장비차량 정비·석고장(굴삭기) 업무까지 생산직 노동자들의 근로자파견 관계가 포괄적으로 인정됐다.

변경 업체마다 고용승계, 2심 전원 불법파견

19일 화섬노조 광주전남지부 남해화학 비정규직지회(지회장 구성길)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14일 남해화학 사내하청 노동자 A씨 등 45명이 남해화학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했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원심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제도다.

이번 소송은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 5년이 걸렸다. 남해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08년 9월~2015년 8월 사이에 업체가 여러 번 변경될 때마다 고용이 승계됐다. A씨 등은 남해화학에서 도급받은 ‘제품팀(비료제품 포장·상차)’과 ‘장비팀(장비 관리·석고장)’ 업무를 맡았다.

2018년 10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남해화학이 실질적으로 지휘·감독했다며 소송을 냈다. 1심은 ‘비료 포장’과 ‘삽차 운전원’ 37명만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했다. 포장과 운전은 원청의 비료생산 전체 공정에 직접 연동돼 연속해 진행됐다고 봤지만, 장비차량 정비와 석고장 업무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원고 전체로 불법파견을 확대했다. 남해화학이 작업표준서에 따라 작업을 시키고, 안전교육을 받도록 지시하는 등 구체적인 지휘·감독이 있었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 등이 도급계약에 따라 여수공장에서 장비차량 정비와 석고장 관리업무를 수행한 것은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남해화학 현장에 파견돼 상당하고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하라” 소송 확대 전망

비정규 노동자들은 판결 직후 정규직 전환을 촉구했다. 지회는 이날 전남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지난 14일 사측에 ‘직접고용의 의사표시를 하라’는 판결을 했다”며 “남해화학은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소송만 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고, 이 과정에서 사내협력업체가 바뀔 때마다 집단 해고되는 시련을 겪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지지하는 시민들 덕분에 지금까지 현장을 잘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심에서 노동자 37명만 승소해 항소한 후 1년7개월만에 45명 전원이 남해화학 근로자로 인정됐다”며 “하청노동자들이 원청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한 만큼 원청은 최종 판결에 대한 직접고용 의무를 하루빨리 지켜라”고 강조했다. 구성길 지회장은 “남해화학만 비정규직이 200여명 정도인데 여수산단으로 넓히면 1만명에 달할 것”이라며 “제조업에 파견을 금지한 만큼 여수산단의 모든 제조업 하청노동자들이 원청 근로자지위를 인정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후속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남해화학 사내하청 노동자 14명이 제기한 2차 소송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심리 중이다. 3차 소송도 9명의 소송인단이 모집된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2016년 여수공장의 설비 점검·관리를 담당한 남해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올해 2월에는 시료 분석업무를 담당하는 하청노동자들이 1심에서 근로자 파견관계를 확인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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