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섬노조 광주전남지부 남해화학 비정규직지회(지회장 구성길)가 8일 오전 여수시청 앞에서 남해화학 사내하청노동자 45명의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항소심 판결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남해화학 비정규직지회>

국내 1위 비료 제조사인 남해화학의 사내하청 비정규 노동자들이 항소심에서 원청과의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받았다. 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 입주 기업의 집단소송에서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심은 비료포장과 삽차 운전노동자들만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다고 봤지만, 항소심은 장비차량 정비와 석고장(굴삭기) 업무까지 범위를 넓혔다.

대법원은 2016년에도 여수공장의 설비 점검·관리를 담당한 남해화학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바 있다. 올해 2월에는 시료 분석업무를 담당하는 하청노동자들이 1심에서 불법파견을 확인받았다. 소송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2차 소송에 사내하청 노동자 14명이 참가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심, 비료포장·삽차운전 35명 직접고용 인정
항소심, 장비차량 정비·석고장 업무까지 확대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38-3부(부장판사 민지현·정경근·박순영)는 남해화학 사내하청 노동자 A씨 등 45명이 남해화학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지난 2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본지 2021년 10월19일자 5면 “국내 비료 1위 남해화학, 포장·삽차 노동자 ‘불법파견’” 참조>

남해화학은 2008년 9월~2015년 8월 시스템기술업체인 B사와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업체가 여러 차례 변경될 때마다 고용이 승계됐다. A씨 등 45명은 사내하청업체에 입사해 남해화학에서 도급받은 ‘제품팀’과 ‘장비팀’ 업무를 맡았다. 제품팀은 주로 비료제품 포장 및 상차업무를 담당했고, 장비팀은 장비 운전과 장비 유지·관리 및 굴삭기를 이용한 석고장 관리업무를 수행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남해화학에서 실질적인 지휘·감독을 받았다며 2018년 10월 소송을 냈다. 1심은 제품팀의 ‘비료 포장’과 장비팀의 ‘삽차 운전원’ 37명만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포장과 운전은 원청의 비료생산 전체 공정에 직접 연동돼 연속해 진행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장비차량 정비’와 ‘석고장 관리업무’에 대해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 직원들과 동일한 업무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근로자파견 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에 항소심은 원고 45명 전체의 직접고용의무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 등이 장비팀 도급계약에 따라 여수공장에서 장비차량 정비와 석고장 관리업무를 수행한 것은 사내협력업체에 고용된 후 남해화학의 현장에 파견돼 상당하고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받으며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남해화학이 작업표준서에 따라 작업을 시키고, 안전교육을 받도록 지시하는 등 사정을 고려했다.

14명 2차 소송 진행, 1차 결과 영향받을 듯
노동자들 “부당해고 멈추고, 정규직 전환해야”

노동자들은 판결을 반겼다. 화섬노조 광주전남지부 남해화학 비정규직지회(지회장 구성길)는 8일 오전 여수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수국가산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하는 노동자인지를 구하는 최초의 집단소송에서 법원이 노동자의 손을 들어준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며 “남해화학은 수많은 세월을 착취해 온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돌려줘야 하고, 함부로 해고하지 말고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집단 해고된 부분도 성토했다. 제품팀 직원 29명은 2019년 10월 도급업체 변경 과정에서 해고돼 50일 이후 복직한 바 있다. 2021년 12월에도 장비팀 노동자 35명이 해고돼 23일이 지나 복귀했다. 그러나 지회장과 부지회장은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인정 판정에도 540일째 해고 상태에 놓여 있다.

구성길 지회장은 “남해화학은 불법파견을 감추기 위해 최저가 입찰을 통해 업체가 바뀔 때마다 하청업체를 앞세워 소송을 낸 민주노총 조합원들만 상습적으로 집단해고를 자행했다”며 “남해화학은 불법파견을 한 기업으로 낙인찍히고 처벌받을 것인지, 아니면 부당하게 해고된 노동자들을 복직시키고 노동자들을 전원 정규직으로 전환해 양심적인 기업으로 재탄생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해화학측은 즉각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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