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인혜 안전관리 노동자

십 수년간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 산업재해 사망자의 절대 다수는 50명 미만 사업장, 중소·영세 사업장 소속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10여년간 산재통계가 나올 때마다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 874명 중 50명 미만 사업장에서만 807명이었다.

2017년과 2022년 통계를 확인하면 훨씬 더 적나라하다. 2017년 사고사망자는 964명이며, 2022년은 874명이다. 50명 이상 100명 미만 사업장 사망자는 77명에서 49명으로 감소(7.99%→5.6%)했으며, 100명 이상 300명 미만 사업장은 99명에서 71명(10.27%→8.12%)으로, 300명 이상 사업장은 66명에서 47명(6.85%→5.38%)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50명 미만 사업장은 2017년 736명(76.36%)에서 2023년 807명(92.33%)으로 사고 사망자수나 비율에서나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50명 미만 중소사업장 산재는 안전 관련 법령이 강화되고 있는데도 거의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중대재해처벌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될 무렵부터 안전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다. 대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경력직 채용공고를 너 나 할 거 없이 올리기 시작했다. 일례로 울산에 소재한 고려아연 온산공장은 28명이었던 안전관리 전담인력이 106명까지 증가했다. 공장 내 상주하는 하청사 안전관리자 급여를 지원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이처럼 큰 사업장을 중심으로 안전관리자 채용 붐이 일었다. 안전관리자 임금 수준도 향상됐다. 경력 있는 안전관리자일수록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쉬워졌다.

중소사업장은 반대다. 완화된 방식인 안전보건관리 담당자를 선임할 수 있다. 안전보건공단 담당자 교육 이수라는 완화된 조건이 붙지만, 실무영역에서 안전관리자와 큰 차이가 없다. 결국 안전관리자가 필요한 셈이다. 사업장에 재직 중인 가족이나 친인척이 안전보건자격증을 따서, 형식적으로 안전관리자로 재직하는 수준이다. 그조차도 안전관리만 전담하는 게 아니다. 다른 업무까지 같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전관리가 제대로 될 턱이 없다.

물론 안전관리자 업무를 외부에 위탁할 수 있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고용돼 사업장에 상주하고 있는 안전관리자들처럼 매일 현장 상황을 점검하고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언제 어디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지 알 수 없는 현장 상황을 떠올린다면, 서류상 안전보건체계는 만들어 줄 수 있지만 상주 직원처럼 매일매일 현장을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심지어 이조차도 일부 업종에 한정된 상황이다.

안전관리자를 고용한다 하더라도, 안전관리 업무를 분담할 ‘팀’이 구축돼 있지 않다면 유명무실하다. 안전관리 업무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 참여해야 하고, 위험성평가를 갱신해야 하고, 시시때때로 바뀌는 안전보건관련 법령도 익혀야 한다. 산업안전보건법을 비롯해 유관법령만해도 10가지가 넘는다. 사업장에 적용할 수 있는 관련 법령을 최대한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최신 법령을 사업장에 적용해야 하고, 매일 오전에 진행하는 TBM(Tool Box Meeting)을 비롯한 정기안전교육도 진행해야 한다. 또한 현장 순회점검을 실시해서 작업자들의 불안전한 자세를 점검하고, 사업장 내 유해·위험설비의 방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인도 해야 한다. 당연히 혼자서 다 못한다. 사업장에 상주하고 있는 안전관리자가 많을수록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운영하기 수월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생산직원 한 명 고용하기도 어려운 중소·영세 사업장에서 안전보건관리팀을 구성할 수 있을까?

안전관리자 한 명 고용도 어려운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운영할 팀을 구축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매년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에서 중소·영세 사업장에 대한 안전보건관리 지원 사업을 하지만 역부족이다.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사내하청 안전관리가 부실하다 한들, 큰 사업장 단위로 안전보건관리체계가 구축돼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공정안전보고서, 사내하청 노조, 언론보도 등을 통해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하지만 중소·영세 사업장은 관심 가지는 사람들마저 적다. 이러니 안전관리가 개선될래야 될 수 없다. 이렇게 오늘도 중소·영세 사업장 작업공간 한켠의 ‘안전제일’ 포스터는 관심 가지는 이 한 명 없이 누런 때가 낀 상태로 붙어 있다.
안전관리 노동자 (heine030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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